지금 나를 위해 해야 하는 것들
‘성공 너머 완성’을 향해…
홀로 체육관에 남아 묵묵히 훈련 반복
매일 노력하는 태도가 성장의 밑거름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금 자리에 올라”
‘나를 넘어 우리’를 위해…
개인 성적 넘어 한국 女배구 발전 전력
“우리 모두를 위할 때 한계·장벽 사라져”
불안함 속 다음 한 발 내디딜 용기 전해
세계 최정상 자리에서 ‘10억 분의 1’의 선수라는 찬사를 받으며 한국 여자 배구의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간 ‘배구 여제’ 김연경이 올해 소속팀의 통합우승을 이끌며 코트를 떠났다. 프로 데뷔 첫 시즌부터 20년째 맞이한 마지막 시즌까지 은퇴와 우승, 최우수선수(MVP)라는 스포츠계의 거대한 역사를 쓰며 선수 생활에 완벽한 마침표를 찍었다.
|
신간 『지금 나를 위해 해야 하는 것들』은 김연경이 국민 스타의 화려한 성공기에 이르기 이전 ‘성공’ 너머의 ‘완성’을 향해 매일 한 걸음씩 묵묵히 걸어온 한 인간의 사유와 태도를 담은 기록이다. 세계 최고의 배구선수가 되기까지의 도전, ‘뛰어난 선수’를 넘어 ‘완성된 인간’을 향해 걸어가는 오늘의 여정을 생생히 담고 있다. 단순히 운동을 잘했던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태도를 이야기하기에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 독자도 훌륭한 자기계발서로 읽을 수 있다.
군 장병들에게도 와닿는 문장이 많다. 운동선수의 기량 관리는 전투원과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몸으로 체득한 기술과 감각의 유효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단 며칠이라도 손을 놓으면 경기력을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전장의 검객이 칼날을 벼리듯, 프로선수는 매일 자신의 신체를 단련하고 연마하면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마치 훈련에 임하는 장병들에게 말하는 듯한 문장이다. 그런 그가 처음부터 주목받는 선수였던 건 아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키가 170㎝를 넘지 못해 리베로 포지션의 후보선수로 늘 벤치를 지켰다. ‘축구선수로 전향해야 하나’를 고민할 만큼 미래는 불확실했다. 그때 재능이나 조건 등 바꿀 수 없는 것에 매달리기보다 오직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노력을 바탕으로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모든 집중력과 에너지를 쏟기로 했다. 동료들이 떠난 체육관에 홀로 남아 기본 훈련을 반복하며 보이지 않는 시간을 묵묵히 쌓았다. 그는 이 시간을 희생이나 고생으로 여기지 않았고, 자신에게 필요했던 일을 했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겉보기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때라도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 태도가 성장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해서다.
노력의 과정은 남들을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완성이란 목표를 향한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마치 이런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급격하게 키가 자라며 선수로서 폭발적 성장을 이뤄 냈다.
이후 청소년 국가대표로 발탁돼 출전한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득점왕에 오르며 순식간에 ‘탈고교급 공격수’로 주목받았다. 그 뒤 프로배구 리그에서 신인상, 득점상, 공격상, 수비상에 이어 MVP 등 각종 상을 거머쥐며 후보선수에서 대한민국 대표 배구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릴 것 같던 순간, 시련이 뒤따랐다. 프로로 데뷔한 이후 세 시즌 연속해 수술대에 오르며 중요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또한 해외 진출을 두고 2년 가까이 이어졌던 계약 문제를 겪으며 뜻대로 되지 않는 시간을 견뎌야 했다.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때마다 애매모호한 시간이 지나가고 난 뒤의 한껏 자유로운 몸과 마음으로 네트 위로 솟아오르는 저를 머릿속에 그리며 즐거운 나날을 상상했습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터널도 영원하지 않다며 앞을 가로막는 일이 생겨도 지금 가고 있는 그 길이 나의 길이라면 끝까지 이겨 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견뎠다. “포기하고 싶을 때 그만두지 않았던 게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던 이유”라고 그는 답한다.
훌륭하고 뛰어난 선수들 사이에서 김연경이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이유는 그가 세운 뛰어난 기록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개인의 성적과 명예를 넘어 ‘한국 여자 배구의 발전’이라는 더 큰 목표를 품었기에 은퇴 직전의 순간까지 전력을 다하며 최정상을 지킬 수 있었다.
“‘나 한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지만 ‘우리 모두’를 위할 때는 한계와 장벽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숱하게 경험했습니다.”
개인의 꿈이 ‘공존’이란 가치와 만날 때 사람은 응원과 지지라는 강력한 아군을 얻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은 그가 받아 온 응원과 지지를 우리에게 다시 되돌려준다.
인생을 살면서 어느 방향으로 뛰어야 할지 선명하지 않은 순간, 책은 불안함 속에서도 묵묵히 걸었던 ‘성장의 과정’을 보여 주며 다음 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전한다. 그가 코트 위에서 보여 준 흔들림 없는 시선처럼 오직 나의 속도와 방향을 믿고 하루하루를 쌓아 올린다면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자신만의 ‘완성’된 모습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김세은 인턴기자/사진=가연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