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또 다른 국가대표의 길

입력 2025. 12. 16   15:41
업데이트 2025. 12. 1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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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우 중사 육군수도방위사령부 수호신부대
홍종우 중사 육군수도방위사령부 수호신부대



엘리트 체육을 하는 선수 대부분은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국가를 대표하는 영광을 꿈꾸면서 매일 땀을 쏟는다.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육상선수 국가대표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그러나 끝없이 노력했음에도 그 벽은 너무 높았고, 약 2년간의 실업팀 경험을 끝으로 8년이란 선수생활은 막을 내렸다.

국가대표라는 꿈을 안고 달려왔기에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잃은 채 방황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대한민국 남성이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군 복무 시간과 마주하게 됐다. 동기들보다 늦은 나이에 입대했고, 군 복무는 그저 의미 없고 젊은 날의 소중한 시간을 뺏는 일이라고 여겨 서러움과 불만만 가득한 시간이 계속됐다.

그러던 중 훈련소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정신전력교육 중 교육대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마음에 깊이 남아 있다.

“우리는 국가대표다. 아무나 태극기를 가슴에 달 수 있는 게 아니다. 전투복 우측에 태극기를 달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 그 자체가 국가대표다. 자부심을 갖고 생활하라.”

그 순간 간절히 원하던 ‘국가대표’를 다른 모습으로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육상선수로서의 길은 멈췄지만, 군인으로서 또 다른 국가대표의 길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처럼 잃은 꿈이 오히려 새로운 길을 열어 준 순간이었다.

6주간의 훈련을 마친 뒤 더 이상 의무감으로 군 생활을 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군인으로 여기며, 현역부사관 도전을 준비했다. 끝없는 노력 끝에 당당히 특전부사관에 합격했고, 국가대표 군인으로서 자격과 경력을 쌓아 오며 지금까지 자랑스러운 군 복무를 이어 가고 있다. 의무감으로 시작한 군 복무였지만, 이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군인이라는 게 가장 큰 자부심이 됐다.

20대 청춘에게 군 복무 1년 6개월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이 기간은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나라를 대표한다는 ‘소명’의 시간이다.

태극기를 우측 가슴에 단 순간부터 우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군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 군 생활의 모든 순간이 의미로 채워졌다.

오늘도 각자 위치에서 영토와 국민을 지키는 모든 동료 국가대표 군인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선수로서 이루지 못한 국가대표의 꿈을 군인으로서 다시 꿈을 잇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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