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은 국방개혁의 법적 뿌리인 ‘국방개혁기본법’이 제정된 지 19돌이 되는 날이었다.
그사이 우리 군은 K9 자주포 개량을 비롯해 2척의 상륙함 건조와 KF-21 전투기 개발 등 지·해·공 영역에서 숙원사업을 일궈 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달엔 국방개혁 이후 약 11년 만(2014 사업 승인 기준)에 425사업을 완성함으로써 우주 영역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이어 가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전투력 강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올 3월 발표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팩트시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무기 수출은 지난해 대비 4계단 상승한 세계 5위권에 안착했다. 2011년 T-50 고등훈련기 수출을 시작으로 2025년 기준 200억 달러에 육박하는 K2 흑표전차, K9 자주포, FA-50 훈련기, 천궁Ⅱ 패키지 대폴란드 수출까지 우리의 국방 역량은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이런 성장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기술 진도’가 가장 큰 힘이었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자체 능력으론 총 한 자루도 만들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외국 무기체계를 완전 분해·측정 후 국내 공정을 거쳐 시제품을 만들고, 민간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소위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이 전부였던 때다. 그마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난해 KIST 원장 오상록 박사님과 차담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60대 중반에도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오 박사님은 국산 대공무기 ‘비호’ 개발 초창기 연구원이었다는 자부심과 긍지가 대단했다. “군인들이 과학자들과 친해져야 해요. 그래야 우리 군이 성장합니다.” 이에 호기롭게 “우리 부대에 오셔서 강연 한 번 해 주시죠”라고 부탁했다. 박사님은 흔쾌히 초청에 응했고 ‘피지컬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한 2시간의 강연은 지금도 부대원들에게 큰 울림으로 자리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지식사회에서 더 성장하기 위해 군인들에게 필요한 건 부서 신설이나 회의가 아닌 ‘하루 한 번 AI와 대화하기’ ‘과학자가 진행하는 콘텐츠 구독하기’ 등 국방에 접목할 수 있는 기술이나 관련 지식과 접촉점을 늘려 가는 일상이 아닐까 싶다.
2026년은 ‘국방개혁기본법’ 제정과 KIST 설립이 나란히 20주년과 6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국방개혁과 과학기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이를 계기로 우리 군의 ‘성장문화’가 더욱 성숙해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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