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쌓은 방어망, 웬만해선 안 뚫린다

입력 2025. 12. 16   15:35
업데이트 2025. 12. 1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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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다층방어의 생존 공식

이스라엘, 수백 발 이란 발사체 무력화
영공 도달 전 ‘다층 차단’ 상당수 제거
고·중·저고도 나눠 층층이 방공망 구축
위층 통과해도 아래층서 막는 중첩 구조
레이다·미사일·대공포 등 층별 차별화
비용 매칭·결함 허용 등 원리 잘 따져야

2024년 이란은 두 차례에 걸쳐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했다. 첫 번째는 4월 13일 밤 이란 본토에서 발사된 사상 최대 규모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었다. 드론 170여 기, 탄도미사일 110여 발, 순항미사일 30여 발 등 총 310여 발의 발사체가 동시에 이스라엘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99% 요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하늘을 뒤덮은 불빛의 대부분은 아이언돔(Iron Dome), 데이비드 슬링(David’s Sling), 애로(Arrow)2·3, 패트리어트, 그리고 공군 전투기들의 합동 요격이었다.

이스라엘 3대 도시인 북부 하이파 외곽에 있는 방산기업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스 연구소에서 실시한 ‘아이언돔’과 ‘다윗의 돌팔매(아래 오른쪽)’ 발사 장면. 이스라엘 국방부 제공
이스라엘 3대 도시인 북부 하이파 외곽에 있는 방산기업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스 연구소에서 실시한 ‘아이언돔’과 ‘다윗의 돌팔매(아래 오른쪽)’ 발사 장면. 이스라엘 국방부 제공



이 성공적 방어에는 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었다. 먼저 이스라엘 단독이 아니었다. 이란에서 발사된 드론과 미사일은 약 1500㎞를 비행해야 했고, 그 경로에서 다층 차단이 이뤄졌다. 요르단 공군은 자국 영공에서 이란 드론 수십 기를 격추했다. 지중해와 홍해에 배치된 미 해군 구축함은 SM-3 미사일로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 영국 공군도 사이프러스 기지에서 출격해 요격에 참여했다. 이스라엘 영공에 도달하기 전 이미 상당수가 제거된 것이다. 최종적으로 이스라엘 본토 방공망이 남은 위협을 처리했다. 이는 ‘공간적 다층방어’의 실증이었다. 고도별 층위뿐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수백㎞에 걸쳐 여러 겹의 방어선이 작동한 것이다.

반년 뒤인 10월 1일 이란과 대리 세력이 다시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이번에도 피해는 경미했다. 이스라엘의 방공망은 두 번 모두 작동했다. 이 두 사건은 단순한 기술적 승리가 아니다. ‘다층방공(Layered Air Defense)’의 실전 검증이었다. 이란의 공격은 속도와 고도가 서로 다른 발사체를 섞은 ‘하이브리드 전술’이었지만 이스라엘의 방공체계는 고고도?중고도?저고도로 겹겹이 방어망을 구성해 차단했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이스라엘과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당국은 지난 9월 초순 러시아가 샤헤드 계열 자폭드론 800여 기와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13발 등 대량의 발사체를 섞어 연속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혼합·포화’ 공격의 전술적 목적은 명확하다. 다수의 자폭드론을 먼저 투입해 우크라이나의 요격 자산을 소진시키거나 대응 우선순위를 혼란시키고 그 틈을 타 고위력의 탄도·순항미사일을 핵심 표적으로 투입하는 방식이다. 우크라이나도 다층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규모와 자원의 한계로 완벽한 차단은 어렵다. 대규모 혼합공격 앞에서는 방공체계가 ‘포화’와 요격자원 소진에 직면하고, 저고도 소형 드론은 레이다 사각과 지형을 이용해 검출을 회피한다. 결과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혼합 공격은 다층 체계의 임계치를 초과해 일부 핵심 표적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지난 6월 1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에서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돔이 이란의 공습을 막기 위해 가동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6월 1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상공에서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돔이 이란의 공습을 막기 위해 가동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 방산기업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스가 개발한 레이저 방공요격체계 아이언빔의 요격 모습. 이스라엘 국방부 제공
이스라엘 방산기업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스가 개발한 레이저 방공요격체계 아이언빔의 요격 모습. 이스라엘 국방부 제공



그렇다면 효과적인 다층방어는 무엇을 갖춰야 하는가? 첫째 장거리 조기경보부터 고고도·중고도·저고도 요격까지 겹겹이 구축된 방공망이다. 둘째 레이다·전자전·레이저·그물·충돌형 요격드론 등 서로 다른 탐지·요격 원리를 시간·공간적으로 중첩 운용하는 체계다. 셋째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할 충분한 요격 자산과 지속적인 보급 능력이다.

더 중요한 것은 각 층이 서로 다른 원리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레이다는 전파로 탐지하고, 전투기는 적외선과 레이다로 추적하며, 미사일은 근접 신관으로 파괴하고, 대공포는 파편으로 무력화하며, 소총은 물리적 충격으로 격추한다. 만약 드론이 스텔스 기술로 레이다를 속였다면? 전투기의 적외선 센서가 잡는다. 만약 전자기 재밍으로 미사일을 무력화했다면? 광학 조준 대공포가 쏜다. 한 가지 대응책을 무력화한 공격도 다른 방어선에서 막히는 구조다.

단일 방어 수단의 한계는 수학으로도 계산할 수 있다. 효율 90%의 방어 시스템이 있다고 가정하자. 뛰어난 성능이지만 드론 100대가 공격하면 10대가 통과한다. 하지만 이 시스템을 3개 층으로 겹치면 어떻게 될까? 첫 번째 층이 90%를 막으면 10%가 통과한다. 두 번째 층이 그 10%의 90%를 다시 막으면 1%만 남는다. 세 번째 층이 그 1%의 90%를 막으면 최종적으로 0.1%만 통과한다. 즉 1000대 중 겨우 1대다. 계산식으로 표현하면 (1-0.9)×(1-0.9)×(1-0.9)=0.001이다. 같은 90% 시스템이지만 하나를 쓰면 100대 중 10대를 놓치고, 세 개를 겹치면 1000대 중 1대만 놓친다. 불완전한 방어를 겹칠수록 완벽에 가까워지는 것, 이것이 다층방어의 원리다.

우리 군도 다층방어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는 위협적인 탄도미사일을 막기 위한 고고도 방어망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최근 소형 드론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저고도 드론 대응 층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종심이 짧아 이스라엘처럼 수백㎞에 걸친 공간적 다층방어는 제한적이지만,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통해 조기경보부터 최종 요격까지 다층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핵심은 ‘비용 매칭’과 ‘결함 허용(Fault-tolerance)’이다. 수천만 원짜리 미사일로 수십만 원짜리 드론을 막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소형 드론에는 대공포·그물·요격드론·기관총 같은 저비용 수단을 우선 투입하고 고위험 표적에만 제한적으로 미사일을 사용한다. 동시에 한 층이 무력화돼도 다른 층이 보완하는 구조를 만들어 전체 방어 기능을 유지하면서 기술 보강과 전술 재조정의 시간을 확보한다. 이것이 ‘결함 허용’의 의미다. 한 층이 뚫려도 시스템 전체가 무너지지 않고, 나머지 층들이 최종 방어선을 지킨다.

다층 방어는 공격자에게도 부담이 된다. 여러 층이 중첩되면 “몇 대가 목표에 도달할까?”를 계산해야 하고, 각 층의 취약점을 동시에 공략해야 한다. 공격 준비는 복잡해지고 성공 확률은 낮아진다. 방어자에게는 심리적·전술적 우위를, 공격자에게는 불확실성을 안겨주는 것, 이것이 다층방어의 전략적 가치다.

완벽한 단일 무기는 없다. 하지만 불완전한 방어를 겹겹이 쌓으면 완전함에 가까워진다. 고고도에서 위력적인 미사일이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고, 중고도에서 중거리 방어망이 순항미사일을 막으며, 저고도에서 경제적인 수단이 드론을 격추한다. 한 층이 놓쳐도 다음 층이, 또 다음 층이 최종 방어선을 지킨다. 이것이 이스라엘이 드론과 미사일을 거의 완벽히 막아낸 비결이며, 수학과 전장이 증명한 생존의 법칙이다. 다음 회에서는 전자기 침묵 속에서 드론을 찾아내는 수동 탐지의 비밀을 살펴본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하늘의 창과 방패, 드론전쟁의 최전선』이 있다.
필자 김형석 한성대학교 국방과학대학원 국방전력학과 교수는 한국대드론산업협회 드론센터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하늘의 창과 방패, 드론전쟁의 최전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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