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실세 장성택 숙청의 비밀
|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북한 실세로 불렸던 장성택 처형 판결문을 보면 유난히 감정적인 표현이 눈에 띕니다.
“개만도 못한 인간쓰레기” “혁명의 원수 장성택 놈”. 북한의 공식 문건에서 보기 드문 노골적인 언어입니다. 단순한 정치적 숙청을 넘어 김정은 개인의 적대감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주는 단서입니다.
김정은은 장성택을 왜 죽였을까요? 답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오랜 시간 누적된 갈등의 결과였습니다.
먼저 감정의 출발입니다. 여러 증언에 따르면 갈등은 김정은 집권 이후가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형성됐습니다. 김정은의 생모 고용희는 일본 재일교포이자 첩의 위치였고, 북한식 유교 질서와 혈통 논리에서 가장 불안정한 존재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장성택 부부가 고용희 고모의 후계 구도 부상을 만류했고, 이때의 원한이 김정은에게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정은에게 장성택은 고모부가 아니라 어머니의 존재를 부정한 인물로 각인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권력 문제가 겹칩니다.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 내부에서는 ‘형식상 최고지도자는 김정은이지만 실권은 장성택에게 있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실제로 장성택은 당 행정부를 통해 외화벌이와 무역, 인사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조직지도부를 우회해 김정일에게 직접 보고하는 구조까지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북한 체제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이중 권력 구조였습니다.
결정적인 사건은 김정은의 권위가 현장에서 무너진 순간입니다. 원산갈마지역 수산기지를 군에 넘기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우리는 1번 동지 지시만 따른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1번 동지’는 김정은이 아니라 장성택이었습니다. 최고지도자의 말이 현실 권력 앞에서 거부된 순간 김정은에게 장성택은 숙청 대상이 됩니다.
숙청 과정에서 제시된 여자문제와 사치 비자금 혐의는 본질이 아닙니다. 이는 북한 주민들이 분노하기 쉬운 명분이었고, 실제 본질은 권력과 조직 자금의 통제였습니다. 장성택은 김정은 체제 안에 존재한 마지막 그림자 권력이었고, 그를 제거하지 않고서는 김정은 1인 체제가 완성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장성택 숙청은 개인적 분노의 폭발이 아니라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증명하기 위해 선택한 가장 극단적인 결말이었습니다. 김정은은 장성택을 미워해서 죽인 것이 아니라 장성택이 살아 있는 한 자신이 완전한 최고지도자가 될 수 없었기 때문에 죽였습니다.
장성택을 ‘삼촌’이라고 불렀던 북한이탈주민 노희창 박사와 탈북 외교관 이일규가 업무 현장에서 직접 본 김정은의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페이스:北(북)’ 116회는 15일 오후 8시 방송됩니다. KFN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박새암 KFN ‘페이스:北’ MC·강남대학교 특임교수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