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은 군복을 입는 순간부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헌신하기로 다짐한 사람이다. 그 다짐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넘어 청춘의 한 조각을 의미 있는 무언가로 채워 나가겠다는 적극적 의지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많은 군인이 군 생활을 통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것은 단지 훈련을 무사히 마쳤다는 성취감이나 전우들과의 끈끈한 우정에 그치지 않는다. 그 안에는 ‘보람’이란 단어가 지닌 깊은 의미가 스며 있다.
‘보람’이란 말은 흔히 ‘가치 있고 뜻 있는 결과’를 일컫지만, 한편으론 어떤 일이나 물건에 표시해 쉽게 잊히지 않도록 하는 것을 이르기도 한다. 책을 읽었던 곳을 표시하려 끼워 두는 끈을 ‘보람끈’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특별히 기억되는 순간을 ‘보람’이란 끈으로 묶어 마음에 남긴다. 이를 대입해 보면 군 생활은 인생이라는 책에서 보람끈으로 확실하게 표시할 만큼 특별한 시간이자 중요한 챕터 중 하나라는 것이다.
군 생활은 단순히 정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규칙적인 생활, 반복되는 훈련, 제한된 자유 속에서도 우리는 책임과 인내, 협력과 헌신을 배운다.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고 버거울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약함과 마주하기도 하며 스스로 강해지는 법을 배운다. 누군가는 리더십과 전우애를, 또 누군가는 스스로를 지탱하는 힘을 얻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쌓아 올린 시간은 결국 ‘보람찬 군 생활’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군 생활이 자신의 인생 가운데 특별한 보람끈으로 남을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보람이란 표시는 단지 기억을 위한 게 아니라 삶의 방향을 잃었을 때 의지할 이정표가 된다. 무의미하게 흘려보낼 수도 있었던 시간을 스스로 선택하고 값지게 만든다면, 그것은 인생이라는 책에 남긴 굵직한 밑줄 하나가 될 것이다. 그 밑줄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지워지지 않게 된다.
군 복무를 마친 이들이 시간이 지나도 군대 시절을 회상하며 뿌듯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단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시간을 보낸 게 아니다. 그 시간을 ‘보람’으로 표시해 뒀기에 뿌듯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렇게 남겨진 보람끈은 전역 이후의 삶에서도 자신을 이끄는 희망이 될 것이다.
우리는 군 생활을 ‘보람차게’ 보내야 한다. 이는 자신의 인생을 더욱 뜻있게 만들기 위함이다. 군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고, 그 시간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보람이며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가장 뚜렷한 챕터로 남기는 길이다. 우리는 군 생활 때 인생이라는 더 큰 무대를 준비하게 된다. 그 무대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지금의 시간을 가치 있고 소중히 여기며 보람끈로 단단히 묶어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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