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의 힘은 강하다

입력 2025. 12. 12   15:32
업데이트 2025. 12. 1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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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랑 중령 육군15보병사단 수색대대
배태랑 중령 육군15보병사단 수색대대

 


‘6·25전쟁’ 당시 전장의 포성이 멈추지 않던 그 순간에도 음악은 울려 퍼졌다. 혹한의 전선에서 군악대는 트럼펫을 불고, 장병들은 천막 속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총성과 포연이 뒤섞인 참혹한 곳에서도 음악은 위로였고, 희망이었다. 문화와 예술은 그 당시에도 장병들의 마음속 최전방에서 전선을 지키고 있었다.

70여 년이 흐른 지금, 전투장비는 첨단화되고 작전환경도 달라졌지만 변하지 않은 게 있다. 명령과 규율만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공감과 정서적 교류가 있을 때 우리는 더 큰 단결력과 사기를 얻을 수 있고, 진심으로 하나 돼 강해질 수 있다.

비무장지대(DMZ) 완전작전의 책임감과 긴장 속에서 고된 하루를 이어 가던 어느 날, 수색대대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찾아가는 문화공연’ 팀이었다. 지쳐 있던 대대원들의 얼굴에 설렘이 번졌다. 무대 위 플래카드에는 ‘대한민국 최전선의 가장 빛나는 별’이란 문구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표현처럼 모두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피어났고, 그날 우리는 진정한 별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금세 뜨거워졌다. 신나는 노래와 춤, 웃음과 떼창이 어우러지며 잠시나마 세상과 이어진 듯한 따뜻한 기운이 퍼져 나갔다. 그 순간 대대장이 아닌 한 사람의 전우로서 그 속에 있었다. 다 같이 어깨동무하고 소리를 지르며 춤을 췄고, 무대에 올라 함께 노래했다. 명령도 의무도 아닌 ‘함께 즐기는 마음’이 우리를 하나로 만들었다.

그날 대대장으로서 느낀 문화예술의 힘은 놀라웠다. 공연은 단순한 유희가 아닌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다리이자 마음을 하나로 묶는 힘이었다. 가수들의 감동적인 노래와 따뜻한 미소, 진심 어린 응원 한마디, 대대원 모두가 손을 잡고 소리치며 웃던 순간이 부대의 온기를 되살리고 신뢰를 깊어지게 했다. 지휘관의 격려나 포상으로는 결코 구현할 수 없는 특별한 힘이다.

‘찾아가는 문화공연’은 단순한 위문행사가 아니다. 문화예술이 닿기 어려운 최전방 장병이 문화를 향유하면서 화합할 기회를 제공하고, 군 복무의 자부심을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선물이다. 이 작은 콘서트는 우리 대대원들의 마음속에 분명한 변화를 남겼다. 고된 훈련과 작전으로 인해 쌓였던 피로와 긴장이 눈 녹듯 사라졌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따뜻함이 피어났다. 공연이 끝난 뒤 대대장에게 달려와 팔짱을 끼며 공연의 감동과 즐거움을 전하던 용사들의 모습에는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선 자부심과 소속감, 감동이 묻어 있었다.

그날의 여운은 오랫동안 이어졌고, 우리는 그때 이야기를 자주 나누며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전우애와 단결력은 더 두터워졌고, 그 결속력은 자연스레 전투력과 임무 수행력의 향상으로 이어졌다. 다시 긴장 속에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한층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완전작전 중이다.

오늘도 우리는 대한민국 DMZ 정중앙 ‘최전선’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있다. 그날 공연에서 느낀 감동과 따스함, 감사하는 마음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에 ‘가장 빛나는 별’이 돼 위로와 희망을 주며 서로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문화와 예술은 우리를 더욱 단결되고 강해지게 하는 보이지 않는 강한 힘이란 것을 확신하며, 전후방 각지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장병들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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