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승리할 수 있다

입력 2025. 12. 12   15:32
업데이트 2025. 12. 1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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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희 대령 육군3공병여단
윤상희 대령 육군3공병여단

 


올해 성균관대 국방 소요기획·사업관리 과정을 통해 국방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교육과정을 거치며 AI가 이미 국방의 모든 영역에 필수요소가 되고 있으며, 향후 전장환경을 재편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확신을 얻었다. 핵무기가 지난 80년간 전략적 균형을 유지해 왔다면 AI는 그 질서에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확대는 군사 AI 개발 속도를 가속화할 결정적 계기가 되고 있다. GPU 확보는 단순한 반도체 조달이 아니라 전력화 경쟁의 핵심 기반이며, 안정적 AI 개발을 위해선 높은 생존성을 갖춘 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특히 미사일 공격, 전력 차단 등 다양한 위협을 견딜 수 있는 ‘데이터센터’는 미래 국방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생성된 AI가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수백만 번의 가상실험을 반복하고 미사일·드론·로봇과 결합하는 순간 AI는 단일 장비가 아닌 전장을 총괄하는 지능체계로 변화한다. 그 결과 AI는 적의 핵 발사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거나 갖가지 교란·기만에 대응해 기존 무기체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는 핵 억제체계가 유지해 온 전략적 균형에 새로운 형태의 억제력을 추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팔란티어와 안두릴 등 미국의 방산 혁신기업들은 이미 관제·센서·자율체계가 통합된 초고속 전쟁 수행 능력, 이른바 ‘하이퍼워(Hyperwar)’ 체계를 구축 중이다. 이들은 인간의 판단 속도를 뛰어넘는 알고리즘 기반 대응체계를 발전시키며 미래 전장의 선도권을 잡고 있다.

그러나 AI가 만능은 아니다. 데이터 편향, 잘못된 판단, 전자전 환경에서의 취약성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한 AI가 실제 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방대한 학습 데이터와 검증된 알고리즘, 강인한 물리력 플랫폼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법·제도·윤리 기준 또한 미비한 부분이 많아 기술보다 제도가 뒤따르지 못하는 한계도 존재한다. 이처럼 보완해야 할 점이 분명함에도 세계 국방기술의 흐름이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이유는 AI가 전쟁 속도·정확도·판단력을 인간의 한계를 넘어 확장시킬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AI는 핵무기처럼 단일 무기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역량 전체를 변화시키는 전략적 자산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를 도입할지 말지’의 고민이 아니라 어떻게 신뢰성과 생존성을 갖춘 국방 AI 체계를 조기에 확보하느냐다. 시대 변화에 적응한 국가만이 미래 전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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