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돋보기
2026년 인도·태평양 주요국의 안보정세 전망: 일본
다카이치 내각 ‘전후의 탈각’ 추진 예상
일관된 국방·안보정책 방향성 보일 듯
고물가·여소야대…국내 불안 요인 변수
총리의 ‘대만해협 유사’ 발언 큰 파장
中과 긴장 심화로 美 의존도 커질 수도
한·일 관계 안정성에 미칠 영향 살펴야
|
2025년의 분석 및 평가
이시바 시게루 내각은 국내 정치는 물론 국제 정치적 과도기적 상황 속에서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이시바 내각은 국내적으로 자민당의 영향력 쇠퇴와 불안정한 국정운영 기반, 대외적으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이중도전 속에서 고전했다.
이시바 내각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10월 중의원 해산 결정이 자충수가 되면서 여소야대 국면에서 불안정하게 출발한 데 더해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마저 패배했다. 이시바 내각이 이끄는 자민당은 연립정권을 이루는 공명당과의 의석수를 합해도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자민당·공명당 연립정권이 양원에서 모두 과반 확보에 실패한 것은 1999년 연립체제 형성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외적으로 이시바 내각은 미·일 관계가 여전히 ‘특별한 관계’임을 국내외에 보여주고자 했다. 하지만 다른 많은 미국의 동맹국·우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가 갖는 동맹 경시 및 거래주의 접근의 예외가 되지는 못했다. 미·일 관계에서 대중(對中) 견제를 위한 군사·안보협력은 여전히 중요시됐지만 일본의 기대와 달리 동맹 내 군사적 책임분담의 확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와 경제 간 거래에서 전혀 다른 셈법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발 불확실성 속에서 대외환경을 공유하는 한국과의 관계는 양국의 국내 정치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호적으로 유지됐다. 그럼에도 이는 이시바 내각이 지속되는 데 충분한 성과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시바 총리는 취임 1년 만에 사퇴를 발표했다. 이시바 내각의 퇴진은 물론 총리 개인의 역량, 국내 정치 및 대미(對美) 정책 경험 부족과 오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이해된다. 이는 단지 이시바 개인의 실패라기보다는 일본 국내외적 구조적 조건 변화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에서는 장기간 경제 침체를 비롯해 자민당을 뒷받침해 오던 제반 조건이 크게 약화되고 있었으며, 대외적으로 패권국 미국의 쇠퇴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변수와 함께 동맹국과의 공존보다는 미국의 절대적 우위 회복에 방점을 두게끔 하는 요인이 됐던 것이다. 이시바 내각은 이러한 과도기적 도전을 극복할 만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
2026년의 안보·국방 정책 전망
지난 10월 자민당 총재선거로 일본의 정치 지형은 다시 한번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강경 보수파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이 총재에 선출되자 오랫동안 자민당과 연립을 이뤄 온 공명당이 연립을 해소했다. 그러자 다카이치 총재의 자민당은 새로운 연립 파트너로 국가관과 정책 성향을 공유하는 유신회의를 선택했다.
다카이치 내각은 자민당·유신회의 연립정권 아래서 이른바 ‘전후의 탈각’을 더욱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이미 일본의 국방·안보정책은 아베 신조 내각 이후 10여 년에 걸쳐 일관된 방향성을 보여왔다. 이는 아베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강한 일본’의 회복을 내세우는 다카이치 총리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일치한다. 따라서 다카이치 내각 아래서도 이는 방향성보다 ‘속도’ 또는 ‘정도’의 문제가 될 것이다.
다만 다카이치 내각이 연립정권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국내외적 환경은 복합적이다. 다카이치 내각은 높은 지지율 속에서 출범했지만 이는 자민당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 역시 지속되는 불안 요인이다. 국내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인 고물가와 임금정체 문제의 해결 전망 역시 밝지는 않다. 일본 자체 방위력 강화 목표를 조기 달성하겠다고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 조달 문제도 여전하다. 이시바 내각에 이어 다카이치 내각 역시 자민당 내부 역학과 자민당 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 자민당의 신뢰 회복과 여소야대 국면 타개, 방위력 강화와 경제회복을 비롯한 안보와 경제 간 균형 등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대외적으로 올해 이시바 내각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고전했다면 내년 다카이치 내각에 가장 큰 도전은 중·일 관계가 될 것이다. 지난달 중의원 예산심의위원회에서의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해협 유사(有事)는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계기로 오랫동안 불안정한 상태를 이루고 있던 중·일 관계가 새로운 갈등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중·일 관계는 동중국해 및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긴장과 갈등이 존재했다. 미·중·일 관계 속에서 대만해협 문제도 결부돼 있었지만, 대만해협 유사는 중·일 양자 간 문제는 아니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전략적 계산과 의도를 가진 것으로 판단되지는 않지만 그 파장은 정치·외교를 넘어 경제와 사회, 인적 교류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시점에서 중·일 관계가 어떻게 귀결될지를 판단하기는 제한되지만, 이는 국내 정치적으로 보수층 결집과 경제회복을 최우선 과제로서 추구해야 할 다카이치 내각에 적지 않은 딜레마를 제공할 것이다.
중·일 안보갈등이 대만해협 유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면서 미·일 동맹에 대한 일본의 의존은 한층 더 심화될 것이다. 일본은 미·일 동맹 내 일본 역할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고자 했지만 동맹 의존이 높아짐에 따라 자율성의 공간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중·일 안보갈등이 미·일 동맹 내 역학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한·일 관계에 대한 함의
일본 국내 정치는 대중(對中) 안보위협 인식의 상승, 장기간에 걸친 경제력 약화에 따른 사회 변화, 반글로벌리즘의 일본 침투 등이 맞물리면서 보수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일본 국내 정치는 단기적으로 중·일 관계와 한·일 관계에 상반되게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한·미·일 안보협력 및 한·중·일 3자 관계에서의 힘의 균형을 자국에 유리하게 유지하기 위해 한·일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고자 할 유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강한 일본’의 근저에 존재하는 역사관과 국가관은 한·일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다. 중·일 관계가 역사전쟁으로 치닫게 될 때 한·일 관계 안정성 및 신뢰 구축은 물론 한·미·일 안보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우려된다. 또한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중·일 갈등이 군비경쟁과 함께 추진됨에 따라 우발적 무력충돌의 발생 가능성을 포함한 역내 불안정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한미동맹의 현대화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맥락을 고려할 때 한국의 국방안보 환경과도 무관한 이슈가 아니며, 향후 추이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