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s 다이어리] 군 복무에 임하는 각오

입력 2025. 12. 11   16:04
업데이트 2025. 12. 1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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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훈 상사 육군훈련소 26교육연대
현승훈 상사 육군훈련소 26교육연대



여러분은 어떤 각오로 군 복무에 임하고 있습니까? 부사관 임관 때 국토 방위와 조국 수호, 헌신과 봉사 등 군인의 임무와 가치를 가슴에 새기며 묵묵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기억이 떠오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함이 찾아왔고, 익숙함은 열정을 잠식했습니다. 반복되는 임무 속에 보람은 줄고 처음 품었던 각오는 점차 희미해졌습니다.


육군훈련소 소대장으로 임무를 수행하던 중 한 훈련병이 물었습니다.

“소대장님은 왜 직업군인이 되셨습니까?”

할아버지를 호국원에 모시며 느꼈던 감정, 현역병 시절 할아버지 묘소 옆 호국원에서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선배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마주하며 품었던 다짐, 전투기술 전문가인 직업군인이 돼 조국을 지키겠다는 결심. 돌이켜 보면 그 모든 마음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며칠 뒤 육군훈련소 인권존중실에서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정병 육성을 위해 힘써 주신 현승훈 상사님께 드립니다”로 시작한 메시지에는 훈련병들이 작성한 칭찬 문구가 이어졌습니다.

그중 한 문장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항상 왜 해야 하는가를 강조하는 말씀을 들으며 참된 군인의 마음가짐을 배웠습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매너리즘이란 단어가 머릿속에서 사라졌습니다. 저의 작은 말과 행동에 누군가는 군인정신을 배우고, 군 생활의 방향을 잡을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날 이후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또 다른 목표 하나도 품게 됐습니다. 단순히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훈련병들에게 임무의 의미가 무엇인지, 왜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깨닫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기로 다짐했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군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훈련병들에게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의미를 전달하고자 관계 형성법과 대화법, 상담기법 등 부족한 점을 배우고 채워 가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일과 속에 매너리즘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방향을 잃지 않으려면 처음의 각오를 되새기고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군 복무를 다짐하며 다졌던 각오는 제각기 다르겠지만, 당사자에게는 일생일대를 뒤흔드는 강렬한 불꽃이었을 겁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흔들렸던 저 역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 덕분입니다.

오늘도 다짐합니다. 훈련병 한 사람 한 사람이 의미 있는 군 복무를 경험할 수 있는 소대장이 되겠다고, 처음의 열정과 책임감을 잃지 않겠다고. 혹 이전의 저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처음을 떠올리고 새로운 도전과 각오로 작은 것부터 실천해 나갈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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