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은 지난 5일 새로운 미국의 안보전략(NSS·National Security Strategy)을 발표했다.
NSS는 1986년 제정된 ‘골드워터-니콜스법(Goldwater-Nichols Act)’에 따라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하게 돼 있다. 일반적으로 새 대통령 취임 후 첫해 또는 국가 전략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때 NSS를 만들어 백악관이 의회에 낸다. 이번에 백악관이 공개한 NSS는 제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첫해에 발표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4년의 트럼프 임기 내내 적용될 미국과 미군의 전략을 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2025 NSS’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국이 특별히 한국과 일본에 기대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기술했다는 점이다. 이번 NSS는 ‘군사적 위협의 저지’ 부분에서 한국·일본의 역할과 관련해 “우리는 한국과 일본이 방위비를 증가시켜 ‘제1도련선(First Island Chain)’에서 ‘적(adversaries)들’을 저지하고, 제1도련선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능력을 보유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기록했다. 도련(Island Chain)이란 ‘섬으로 이뤄진 목걸이’라는 뜻으로 ‘제1도련선’은 1951년 미 국무장관 존 포스터 덜레스가 당시 소련과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차단하기 위해 동중국해에 그은 선이다. 중국은 해군사령관 류화칭(劉華淸)이 1980년대 ‘근해 적극 방위전략’의 핵심으로 제1도련선을 연안 방어 경계선으로 발표했다.
제1도련선은 일본열도와 남쪽으로 이어진 오키나와섬,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을 연결하는 선이다. ‘2025 NSS’는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이 ‘적들’, 다시 말해 중국·러시아·북한의 해군력이 이 선을 넘지 못하도록 저지해 달라는 적극적인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제2도련선은 제1도련선에서 좀 더 멀리 태평양 쪽으로 확장된 선이다. 일본 본토 도쿄부터 남쪽 바다의 오가사와라제도와 북마리아나제도, 남태평양의 괌, 팔라우, 뉴기니를 연결한다. NSS는 이 제2도련선이 바로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구분하는 선으로, 전 세계 선박 3분의 1이 통과하므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이 걸린 선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우리는 미국이 괌에 군사기지를 주둔시키는 이유를 알게 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국이 우리에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다.
이번 NSS를 읽어 보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해 말 부임한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지도를 거꾸로 놓고 보면 한국이 한 척의 항공모함처럼 보인다”고 얘기한 의미를 알 수 있다. 브런슨 사령관의 말은 미국이 한국군에 기대하는 군사력은 북한 저지를 넘어 제1도련선에서 미국·일본과 함께 중국·러시아·북한의 해군력을 저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브런슨 사령관과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군과 주한미군에 기대하는 역할 변화는 북한군의 도발 저지를 넘어 일본과 더불어 제1도련선 방어에 도움이 돼 달라는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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