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해군진해기지사령부(진기사) 정문에서 드넓게 펼쳐진 주도로를 지나 손원일 제독 동상 앞에 도착하면 울려 퍼지는 군가를 들으며 해군으로서 사명감을 되새기면서 출근한다. 해군 생활 대부분을 해상에서 보내며 늘 분주한 함정 임무에 집중해서인지 그간 주변 풍경이나 일상의 소소한 장면을 무심히 지나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여유를 되찾아 진기사의 풍경 하나하나가 새로운 의미와 행복으로 다가온다.
근무 중인 진기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사계절의 얼굴을 간직한 곳’이다. 계절마다 색다른 표정을 짓는 진기사의 풍경은 자연과 해군의 조화로운 경관을 만들어 내며 장병들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봄에는 진해의 자랑이자 군항제로 대표되는 연분홍 벚꽃으로 물들고, 여름엔 푸른 바다와 짙은 녹음이 어우러져 마치 자연 속 거대한 항만 요새 같은 위용을 자아낸다. 가을에는 따로 단풍 구경을 떠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단풍이 장병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겨울엔 낭만적인 설경 속에서 ‘겨울왕국’에 있는 듯한 특별한 풍광을 선사한다.
진기사는 육상 경계, 보안, 복지, 항만 방어 등 진해 일대의 전반적인 기능을 아우르는 핵심 부대다. 그중 근무지원전대의 주임원사로 다양한 지원 임무를 수행 중이다. 근무지원전대는 의장과 군악을 비롯해 부두식당 운영, 복지시설 관리, 의무지원, 수송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투근무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임무에 임하며 장병들의 안정적인 복무를 뒷받침하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또한 각 예하부대의 목적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진기사’라는 틀 안에서 모두 같은 목적을 공유하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라고 생각한다. 이 거대한 생명체 안에서 ‘주임원사’는 하나의 신체조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몸에서 필요하지 않은 조직이 없듯이 ‘주임원사’라는 신체조직으로서 부대원들과 소통하며 마음으로 품어 주는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되기 위해 스스로 각인하려 한다.
함정 생활을 주로 해 온 터라 군 생활은 그야말로 “나의 집은 배란다”라는 군가 노랫말처럼 바다 위에서의 연속된 도전이었다. 하지만 근무 중인 진기사 역시 해군의 중심에서 중요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손원일 제독의 정신이 깃든 동상 뒤편을 지나며 오늘도 자긍심을 안고 출근한다.
진기사에서 함께 근무하는 모든 장병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폭싹 속았수다(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진기사의 일상이 곧 우리의 자랑이며, 오늘도 우리는 해군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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