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시대, 기술 넘어 전쟁 철학까지 재구성…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입력 2025. 12. 10   17:18
업데이트 2025. 12. 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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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창과 방패, 드론


최형옥 지음 / 북코리아 펴냄
최형옥 지음 / 북코리아 펴냄



화약 무기의 등장은 근접전 중심의 전투를 끝냈고, 전차와 항공기의 등장은 참호전을 무력화시켰으며, 핵무기는 인류 멸망의 공포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무기의 혁신은 늘 전쟁의 규칙을 다시 쓰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드론이라는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등장했다. 정찰 도구에서 시작된 드론은 이제 독립 전투전력으로 진화하며 21세기 전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책은 드론을 새로운 기술을 넘어 전쟁의 철학과 전략 자체를 재구성하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드론 기술의 발전 과정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실제 사례, 그리고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자율무기체계의 미래까지 드론이 만들어 가는 전장 변화를 포괄적으로 분석한다.

보조 수단을 넘어 군사작전 전반을 수행하는 드론은 전투원의 생명을 보호하면서도 정밀한 타격을 가능하게 한다. 소형화·저비용화로 군사 강국의 독점이 무너지고, 비국가 행위자들도 전력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대규모 병력과 대형 무기 중심의 전쟁이 분산형 전력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저자는 지금의 전장을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1.5단계 과도기’로 규정하며, 머지않아 공중·지상·해상 전력 대부분이 무인화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한다.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의 드론 전력과 군사 동향은 물론 법적·경제적 측면까지 다루며 미래 전장의 모습을 폭넓게 그려낸다.

저자가 강조하는 ‘복합 대응 전략’은 첨단 드론 전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유연한 작전 사고를 바탕으로 대체 수단 마련, 비표준 장비의 활용 등 긴급 상황에 대비해 다층적 방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더불어 소·중대 단위부터 대대·여단, 사단급 이상에 이르기까지 단위별 드론 운용 방식과 해·공군의 통합 드론 운용 체계 및 작전 등 구체적인 전략과 대책도 함께 살펴본다.

버튼 하나로 수천㎞ 밖의 목표물을 제거할 수 있는 시대다. 저자는 드론이 가져온 전술적 이점을 활용하되 효율성만을 추구하다 보면 전쟁이 게임처럼 추상화되고, 인간의 존엄은 쉽게 망각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책은 드론 시대를 통과하는 전략적 사고를 냉철하게 제시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통제하고 책임지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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