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Q마크 인증 기업을 가다] 고난도 시뮬레이터 설계·제작·시험평가 ‘원스톱’

입력 2025. 12. 10   16:55
업데이트 2025. 12. 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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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Q마크 인증 기업을 가다 ⑤ 바로텍시너지

항공·우주·로봇·제어…모의 훈련장비 제작
육군 ‘발칸교전모의기 성능 개량’으로 주목
실제 크기·다양한 전장 환경 생생하게 구현
부대서 상시 훈련…연간 11억 원 예산 절감

국방 훈련장비를 개발해온 바로텍시너지가 최근 발칸교전모의기에 이어 K9 조종시뮬레이터까지 국방기술품질원의 DQ마크 인증을 획득하며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2006년 설립 이후 시뮬레이터 분야에 집중해온 회사는 항공과 지상 전력을 아우르는 훈련장비를 꾸준히 개발하며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DQ마크 인증 기업을 가다’ 다섯 번째로 소개하는 기업은 국방 시뮬레이터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바로텍시너지다. 송시연 기자/사진=바로텍시너지 제공

바로텍시너지가 생산하고 있는 발칸교전모의기는 실제 장비와 동일한 크기와 조작 체계, 방위각·고각 독립 모션을 구현한 고성능 시뮬레이터다.
바로텍시너지가 생산하고 있는 발칸교전모의기는 실제 장비와 동일한 크기와 조작 체계, 방위각·고각 독립 모션을 구현한 고성능 시뮬레이터다.



바로텍시너지는 2006년 전북 전주시 첨단벤처단지에서 출발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도담시스템스에서 항공기 시뮬레이터, 위성발사체, 지능형로봇을 담당했던 구칠효 대표가 “실제 장비를 대신할 수 있는 국산 시뮬레이터를 만들겠다”며 독립, 창업한 것이 계기다.

이후 KT-1과 T-50 등 항공기 시뮬레이터 개발, 나로호(KSLV-I)와 누리호(KSLV-II) 등 우주발사체 사업 참여로 항공·우주·로봇·제어 분야로 영역을 넓혀 왔다.

회사가 이름을 알린 시점은 육군 전력지원체계사업단의 ‘발칸교전모의기 성능개량 정부투자 연구개발 사업’을 수주하면서부터다. 사업은 1996년 육군에서 도입한 발칸교전모의기를 2021년까지 1식 6대로 성능 개량하는 것으로, 바로텍시너지는 체계개발과 제작, 시험평가, 규격화까지 전 과정을 담당했다. 그 결과 탄생한 개량형 발칸교전모의기는 2023년 국방기술품질원의 DQ마크를 획득하며 성능과 품질을 모두 인정받았다.

발칸교전모의기는 실제 장비와 같은 크기, 조작 체계, 방위각·고각 독립 모션을 구현한 고성능 시뮬레이터다. 8종의 지형 데이터베이스(DB)와 67종의 항공기 3D 표적 모델, 시간·기상·특수효과를 포함한 다양한 전장 환경을 구현해 대공·지상·해상·야간 사격 등 상황별 사격법을 반복 숙달할 수 있다.

특히 교관은 별도의 통제실에서 시나리오를 생성·편집하고, 다수 사수를 동시 모니터링하며 훈련 영상을 녹화·재생해 사후 평가까지 진행한다. 실제 사격장까지 약 150㎞ 이상 이동해야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부대 내에서 상시 훈련이 가능해져 연간 11억 원이 넘는 교육·훈련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집트 육군에 납품되고 있는 K9 조종시뮬레이터. 지난달 국방기술품질원의 DQ마크 인증을 획득했다.
이집트 육군에 납품되고 있는 K9 조종시뮬레이터. 지난달 국방기술품질원의 DQ마크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달 DQ마크를 추가로 획득한 K9 조종시뮬레이터 역시 주목할 만하다.

실차와 같은 크기와 내부구조, 계기 배치를 구현한 이 장비는 실제와 흡사한 조종 감각을 제공한다. 6자유도(6DOF) 모션과 대형 디스플레이, 3D 음향 시스템을 통해 급가속·급선회·진동 등 혹독한 전장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조종병은 반복 훈련으로 조작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다양한 지형과 기상 조건에서의 운용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바로텍시너지의 강점은 이런 고난도 시뮬레이터를 설계, 제작, 시험평가까지 한곳에서 끝내는 시스템에 있다. 회사는 하드웨어(HW), 전기·전자(MW), 소프트웨어(SW) 전문팀이 나뉘어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업부설연구소와 품질관리팀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업 초기 요구분석과 체계 설계, 시제품 제작, 단품·통합 시험, 개발시험평가(DT), 운용시험평가(OT)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내부에서 통합 관리한다. 덕분에 설계 의도와 품질 수준이 생산 과정에 그대로 반영되고, 군 요구도에 따른 수정·개선도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품질·신뢰성 관리에도 공을 들였다. 회사는 ISO 9001 품질경영시스템과 ISO 14001 환경경영시스템, ISO 45001 안전보건경영시스, AS 9100 항공우주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을 갖추고 계측장비 33종을 매년 정기 검교정해 측정 신뢰성을 유지하고 있다.

바로텍시너지는 현재 △KA-1 항공기 시뮬레이터 부품 국산화 사업 △KT-1, KF-21 항공기 시뮬레이터 △K200A1 장갑차 조종 시뮬레이터 등 다양한 국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민수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스핀오프 사업을 추진, 일반인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인터뷰  구칠효 바로텍시너지 대표
“육군·공군 프로젝트가 터닝 포인트…실패·반복 훈련 허용하는 환경 구현” 

구칠효 바로텍시너지 대표는 회사의 출발을 “연구자가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 선택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2000년대 초 항공기 시뮬레이터와 위성발사체, 지능형로봇 분야를 두루 경험했지만, 시스템적 제약 속에서는 기술 개발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구 대표는 “개발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훨씬 완성도 높은 결과를 만들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2006년 바로텍시너지를 창업했고, 시뮬레이터를 중심으로 한 기술 축적의 길을 걷게 됐다. 회사의 기술적 전환점으로는 군과의 첫 본격 협업을 꼽았다. 그는 “육군과 공군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시뮬레이터의 본질을 다시 정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장비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반복 훈련과 실패를 허용하는 ‘훈련 환경’ 자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됐다는 것이다.

구 대표는 “항공기 엔진이 멈췄을 때,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을 때를 실제 장비로 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시뮬레이터는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안전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발칸교전모의기 개발 과정에도 이런 철학이 그대로 적용됐다. 그는 “실제 발칸을 운용하는 병사들이 느끼는 감각과 최대한 가까워야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조종 장치의 저항감, 포구 움직임, 사격 시 반동까지 모두 실제 장비를 기준으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실전 환경 재현을 위해 지형과 상황 설정에도 공을 들였다. 구 대표는 “산악, 평지, 해안, 도심 등 다양한 지형 데이터와 항공기·무인기 모델을 반영해 계절·기상·주야간 상황을 모두 바꿀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DQ마크 인증에 대해서는 “기술을 스스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현장에서 쌓아온 신뢰가 객관적 기준으로 확인된 셈”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구 대표는 “시뮬레이터를 특정 장비의 대체물이 아니라 하나의 훈련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어 “훈련의 질이 곧 전력”이라며 “실전에 가장 가까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텍시너지가 추구하는 가치”라고 했다.

DQ마크 인증을 계기로 품질관리 체계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그는 “인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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