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남이가.”
친밀함을 과시하거나 함께 일을 도모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회식 자리에서도 농담처럼 오르내리지만, 우리 군에서 이 한마디를 자신 있게 외치기엔 여전히 망설여지는 지점이 있다. 1960년대 초 합동참모본부 설치 이후, 특히 천안함 피격사건을 계기로 육·해·공군 합동성을 강화하려는 법안이 발의될 만큼 합동의 중요성이 지속해서 강조돼 왔음에도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 국방부와 해병대를 포함한 각 군의 예산관계관들이 타군 사례(Know how) 등을 공유하며 예산집행률을 높이자는 취지의 출장을 다녀오며 오랜만에 ‘하나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해군 함대사령부를 시작으로 육군 훈련장·공군 방공관제대대·해병대 여단 등을 차례로 방문해 각 군의 현실과 직접 마주했다. 국방예산이라는 제한된 파이를 두고 늘 은밀하게 다퉈왔던 예산업무 종사자들, 특히 내게는 다소 생경한 경험이었다. 흔들리는 함정에서 승조원들의 애환을 안타까워 한 육군, 노후된 생활관을 소개하는 육군 장병을 격려하던 공군, 고지대에서 무중단 레이다를 운용하는 공군 병사의 건강을 걱정하던 해군, 결의에 찬 해병대원을 향한 국방부 직원분들의 응원 등 순간순간마다 ‘합동의 희열’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각 군이 건강하고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합동성을 강화하는 데 보탬이 될 몇 가지 접근법을 생각해 봤다.
첫째, 자주 봐야 한다. 예산집행 관계관들은 국방부 점검회의 등을 통해서도 정례적으로 만나고 있다. 소통을 위해 만남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또 있을까. 국회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한 수석전문위원께서 “관계는 거리에 반비례하고, 빈도에 제곱비례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자주 만나다 보면 결국 통하게 마련이다. 각 군의 정책을 책임지는 계룡대에서도 1·2층(육군), 3층(해군)·4층(공군) 간 교류가 더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둘째, 명확한 목표와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국방부는 매 분기 기획재정부가 부여한 예산 집행 목표를 꾸준히 초과달성해 왔다. 모두가 마지막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이 있었고, 이는 집행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이어졌다. 합동성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 군도 군구조 개편, 병력감축, 첨단전력 강화와 예산증액,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여러 민감한 과제를 두고 고민하며, 때로는 군 내부에서 갈등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이 신뢰하는 첨단 정예강군 건설’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위해 모두가 힘을 모으고, 필요할 때는 양보도 해야 한다.
셋째, 상호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출장에서 우리는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개인적으로는 3군 중 막내 과장인 나를 국방부와 선배 과장들이 충분히 존중해 준다는 느낌도 받았다. 우리 군 역시 지속·장기 지상작전을 수행하는 육군, 원해·함정 중심의 장거리 작전에 강점을 가진 해군, 속도와 정밀성을 기반으로 공중 우세를 확보하는 공군 등 각 군이 처한 전장환경, 작전방식, 지원 구조의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육군·해군·공군이 상호 신뢰와 정보 공유, 통합 운용 능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함께 열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이런 기반이 탄탄해야 한다. 이번 출장은 그 확신을 굳혀준, 결코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각 군이 한자리에 모여 진정한 의미의 ‘우리가 남이가!’를 외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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