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만에 아버지 만난 딸…“이젠 죽어도 소원 없어요”

입력 2025. 12. 09   16:52
업데이트 2025. 12. 0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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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서 산화 고 이재식 일병 귀환
25년 전 발굴 유해 유전자로 신원 확인

 

조해학(오른쪽)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 직무대리가 9일 고 이재식 일병의 딸 이춘예 씨에게 전사자 신원확인 통지서를 전달하고 있다. 부대 제공
조해학(오른쪽)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 직무대리가 9일 고 이재식 일병의 딸 이춘예 씨에게 전사자 신원확인 통지서를 전달하고 있다. 부대 제공



“아버지 유해가 돌아온다고 하니 기쁨에 몇 날 며칠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아버지 비석 앞에 꽃을 놓고 자리 펴고 절하고 싶었는데, 죽기 전에 꿈을 이루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죽어도 소원이 없네요.”

6·25전쟁 당시 전략적 요충지인 저격능선을 탈환하기 위해 중공군과 쟁탈전을 벌이다가 산화한 고(故) 이재식 일병의 딸 이춘예 씨는 9일 75년 만에 아버지의 유해를 건네받고선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000년 9월 강원 화천군 상서면 일대에서 발굴한 유해 신원을 국군2사단 소속의 고인으로 확인하고, 이날 강원 동해시보훈복지회관에서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열었다.

고인은 1922년 11월 경북 영천시에서 두 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이후 혼인해 1946년 딸을 얻고, 1950년 10월 전쟁터로 향했다. 입대 당시 아내 뱃속에는 7개월 된 아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후 35고지전투(1951년 8월 2일~9월 3일·양구), 김화-금성진격전(1951년 10월 1~18일·철원) 등에 참전했다.

1952년 10월 14일부터 11월 24일까지 저격능선전투에도 참전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사했다.

저격능선은 중부전선 ‘철의 삼각지대’의 전략적 요충지다. 국군2사단은 중공군29사단과 고지 쟁탈전을 벌였다. 국군은 중공군의 기세를 꺾고 승리해 철의 삼각지대 일대 작전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한편 이번 신원 확인은 군의 유전자 분석 기술력 발전을 체감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고인의 딸은 2007년과 2015년 유전자 시료채취에 참여했으나 당시 분석 기술의 한계로 가족관계 확인에 이르지 못했다.

국유단은 이후 발전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장기간에 걸쳐 유해에서 추출한 유전자와 유가족 유전자를 여러 차례 비교·분석해 고인의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 김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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