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열린 한 사진공모전에서 대상 작품이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이미지였음이 드러나 수상이 취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2023년에도 독일 작가가 AI 이미지로 국제 사진공모전에서 수상한 뒤 “AI와 예술의 경계를 논의하기 위한 의도적 문제 제기였다”며 스스로 상을 반납한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사건들은 AI가 오랫동안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예술 창작의 경계까지 깊숙이 파고들었음을 보여 준다.
예술계의 반발은 거세다. 일부 드로잉 애플리케이션은 “AI는 우리의 미래가 아니다”며 기술 도입을 거부했고, 여러 공모전은 AI 활용 작품의 출품 자체를 금지했다.
미국작가조합(WGA)과 배우조합(SAG-AFTRA)이 “AI가 인간 창작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파업을 벌인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음악계에선 순수 AI 생성곡을 그래미 시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신설했고, 소설 표지를 AI로 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상이 취소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법적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창작물’로 한정하고 있어 AI가 스스로 만들어 낸 산출물은 원칙적으로 보호 대상이 아니다. 다만 AI 이미지에 인간이 창작적 편집이나 표현을 더한 경우 그 기여 부분에 한해 보호가 가능하다.
AI 학습과정에서 기존 저작물이 무단으로 수집·복제되는 게 침해에 해당하는지의 논의도 뜨겁다. 데이터마이닝의 자유와 저작권 보호가 충돌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예술계의 거부감은 법적 문제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핵심에는 “AI가 인간 고유의 창의적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존재론적 불안이 자리한다.
이는 이미 역사 속에서 반복된 감정이다. 산업혁명 시기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하며 생계를 위협받는다고 반발한 러다이트 운동은 기술 발전 초기의 혼란을 상징한다. 그러나 산업혁명은 결국 더 많은 일자리와 산업을 만들었고, 인류의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기술은 때로 인간의 삶을 흔들지만, 인간의 세계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작동해 왔다.
일본 사진전 사례도 이런 맥락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대상 작품은 개구리 머리 위에 잠자리가 앉은 순간을 포착한 이미지였다. 그 장면을 실제 촬영하지 않고 AI로 생성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수밖에 없고, 수상 취소 결정 역시 당연하다.
그러나 그 장면을 상상하고, AI에 구현을 지시하며, 수많은 결과물 중 하나를 선택한 주체는 인간이다. 결과물은 인간의 상상력과 AI 기술의 결합으로 탄생한 협업의 산물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 열린 국제 AI 사진대회에서 인간이 직접 촬영한 사진이 우승한 사례는 이 점을 더욱 분명하게 한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이미지를 만들어도 인간이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과 우연성, 맥락의 층위는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AI의 발전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며 예술 역시 예외가 아니다. 중요한 점은 기술을 배척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공존하며 새로운 창작의 지평을 넓혀 갈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제도는 변화된 환경에 맞는 저작권 체계를 마련해야 하고, 창작자는 AI를 새로운 도구로 활용해야 하며, 사회는 기술 변화 속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예술의 가치를 존중할 장치를 갖출 필요가 있다.
AI가 인간의 영역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예술의 중심에는 여전히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변함없다. AI 시대의 예술은 인간의 창의성과 기술 결합으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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