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가족의 주거환경과 일상생활은 잦은 근무지 이동으로 다방면에 걸쳐 복합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반복되는 부대 이동은 자녀 교육의 연속성과 가족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많은 군인가족이 ‘비자발적 기러기 가족’이라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크게 3가지로 분석해 봤다.
첫째, 군인가족의 특성상 한 지역에 오래 정착하기 어렵고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은 자녀들에게 반복적인 전학 경험을 강요한다. 이는 학교 적응과 학업 연속성에 심각한 불안정성을 초래한다. 국방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군 복무 중 10회 이상 이사 경험자는 79%, 초등학생 군인 자녀의 재학 중 2번 이상 전학 경험은 50%로 나타났다.
둘째, 군 관사의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군 관사는 군인가족에게 단순한 거주공간을 넘어 삶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기대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 ‘2023~2027 군인복지기본계획’ 실태조사에서는 군인 복지 중요 분야로 주거환경이 40.5%로 가장 높았고, 두 번째는 자녀 교육이 24.6%였으나 직업군인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주거 만족도 조사에선 21개 항목 중 19개에서 군 관사보다 민간주택의 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즉, 군 관사의 환경 개선은 군인가족의 안정적인 정주여건 지원에 중요한 요인이다.
셋째, 직업군인 아버지들은 당직근무나 장기간 훈련으로 인해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현저히 부족하다. 이런 상황은 자녀들이 부모의 부재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주며 가족 관계의 질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연구들은 아버지의 적극적인 양육 참여가 자녀의 정서적 안정과 학업 성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군인 아버지의 양육 참여 제약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 잦은 이사, 열악한 주거환경, 좁은 주거공간 등으로 인한 문제는 직업군인의 불만족과 가정생활의 불안으로 이어져 복무의욕 상실을 불러올 수 있다. 일부 군인가족은 현실적 대안으로 ‘비자발적 기러기 가족’ 형태를 택하고 있다. 기러기 가족의 형태는 부모 중 한 명(주로 어머니)이 자녀를 데리고 대도시에 정착하거나 직업군인(주로 아버지)이 격오지에서 홀로 근무하는 경우, 주말부부 또는 ‘월말부부’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첫째, 군 관사 타운화 추진이 필요하다. 군 관사의 체계적인 개선으로 주거환경의 질을 향상해야 한다.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군인가족의 생활패턴을 고려한 종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둘째, 주택수당 현실화다. 군 아파트 관리를 군에서 직영하는 게 아니라 신설·유지비용을 줄이고 관리주체를 민간화하는 방법이다. 미군 사례를 참고한 현실적 주택수당제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실수요자를 위한 개방된 논의체계 구축이다. 전문가들과 현역 군인가족(실수요자)이 포함된 공개된 토론의 장을 마련해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군인가족이 자녀 교육과 주거 안정 사이에서 ‘비자발적 기러기 가족’이란 딜레마에 갇히지 않도록 하는 건 가정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과제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된다면 장기복무를 지속할 동력이 생기고, 국방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군인가족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현실적이며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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