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병력 감소는 인구가 줄어드는 관점에서 보면 이미 정해진 미래다. 적은 인원으로 강군을 만드는 게 남겨진 숙제다. 당연히 군 간부 처우를 개선해 간부 비율을 확대하고 정예화해야 하는 게 1차 과제다. 그보다 더 필요한 일은 군 경력이 미래에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성공사례를 이스라엘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남녀 모두 의무 입대해야 하는 국가로 청년들은 군 문제를 해결한 뒤 진로를 결정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군 복무 중이거나 복무 전 전문적인 교육과 학위를 취득하도록 지원하는 여러 엘리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아투다(Atuda)’는 이스라엘 국방군의 ‘학술 예비군’ 프로그램으로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징집을 연기하고 대학교에서 공학, 의학, 자연과학 등 특정 전공 분야의 학사 학위를 먼저 취득할 수 있게 비용을 지원한다. 학업을 마친 뒤 장교 훈련을 받고 대학에서 배운 전문지식과 관련된 직책에 배치돼 약 6년간 복무하게 된다.
전역 후에도 사회에 고학력 전문인력으로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탈피오트(Talpiot)’는 과학 및 리더십 잠재력이 뛰어난 최우수인재를 선발하는 엘리트 훈련 프로그램이다. 복무기간에 물리학, 수학, 컴퓨터 과학 등의 학위를 따고 군 연구개발(R&D) 부서에서 9년간 장기 복무한 뒤 국가 하이테크·방위산업에 진출한다. ‘하바차롯(Havatzalot)’ 프로그램은 정보장교 양성을 위한 학부 과정으로 정보·보안 분야 전문장교를 양성한다. 이스라엘이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 기술을 발전시킨 것도 이 프로그램의 역할이 크다.
인류사회는 AI 대전환에 직면해 있다. 일주일만 지나면 과거라고 할 만큼 엄청난 속도의 AI 서비스들이 매일 등장한다. 대학을 비롯한 교육기관들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군대에서 이러한 AI 관련 교육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시한다면 군의 역량 강화는 물론 입대 매력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이스라엘군이 기른 인재들은 자국의 방위산업에 근무할 뿐만 아니라 미국에 진출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우리 군도 군 복무기간 중 여러 가지 전문교육을 하지만 주로 군사훈련에 집중돼 있다. 최근 전장은 AI의 등장으로 아예 판도가 바뀌고 있다. 미군은 팔란티어 ‘고담’을 이용해 적의 정보를 분석하고 AI가 탑재된 자폭드론을 투입해 전과를 올린다.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된 전투로봇이 이미 현장에 배치되고 있다.
대표적인 미국 군사 스타트업 안두릴은 HD현대, 대한항공과 계약을 맺고 무인 수상정·전투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방위산업에서 AI 기술을 축적해 민간 산업 분야에 적용하는 방식은 AI 산업의 뉴트렌드로 떠올랐다. 만약 우리 청년들이 군 복무 중 AI와 연관된 전문지식을 습득한다면 대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까지 진출 가능한 매력적인 취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복무 중 봉급 인상도 중요하지만 평생 살아갈 커리어를 만들어 주는 것은 더 귀한 복지다. AI로 전쟁 판도가 달라지는 시대, 강력한 국방력을 확보하는 일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 전략의 가장 핵심이 우수한 인재를 기르는 것이다. 여러 정부부처에서 AI 인재 양성을 발표 중이다. 국방부도 적극 나서 AI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한다. 군의 AI 역량 강화가 곧 국가 AI 역량 강화의 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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