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경제 이슈 - ‘핑돈사기’ 통장묶기 주의보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입금된 돈
돌려주려 연락 땐 개인정보 노출
보복·복수 목적 계좌 묶어 놓거나
신고 취소 명목 합의금 요구하기도
이의제기 절차 착수해 소명하고
편취 의도 없었다는 증거 모아야
#. 20대 사회초년생 이모씨는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현금 30만 원을 입금받은 뒤 모든 계좌가 묶이는 어이없는 일을 당했습니다. 이른바 ‘통장묶기’ ‘핑돈’이라는 금융사기에 당한 것인데요. 이씨는 은행에 지급정지를 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추가 피해자 확인 등에 두 달 넘게 걸린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이후 발만 동동 구르던 이씨는 사기범으로부터 ‘지급정지를 풀어줄 테니 300만 원을 보내라’는 연락을 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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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벌어진 쿠팡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스미싱 등 각종 금융사기 악용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돼 통장거래가 막히는 통장묶기 피해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통장묶기는 피싱 피해금이 악용되기 때문에 핑돈사기(피싱 피해금 사기)라고도 불립니다.
더욱이 모르는 사람이 통장에 보낸 돈을 되돌려주려고 연락했다간 개인정보가 노출돼 2차 피해를 당할 수 있으니 관련 대처요령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박성훈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장묶기 사기’로 지급정지된 계좌는 2023년 2만7652건, 2024년 3만2409건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원래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지만 악용하려는 사기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통장묶기 사기 피해는 피의자가 일부러 피해자 계좌로 돈을 보낸 뒤 은행에 “보이스피싱을 당해 속아서 송금했다”고 허위 신고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면 은행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즉시 지급정지를 걸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해당 통장뿐 아니라 피해자 명의의 모든 금융계좌의 비대면 거래가 한꺼번에 중단됩니다. 이때 피의자는 “신고 취소해줄 테니 돈을 보내라”며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아예 보복·복수 목적으로 아무 말 없이 계좌만 묶어 피해자를 고립시키기도 합니다.
일례로 A씨는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100만 원을 입금받았습니다. 이후 입금자 B씨는 곧바로 A씨에게 3일에 걸쳐 1원을 보내며 메시지를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월요일에 경찰에 신고하겠다” “이 번호로 연락하라” “문자 메시지를 안 보내면 바로 신고하겠다”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연락하는 순간 개인정보가 노출돼 2차 협박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계좌에 들어온 돈을 임의로 사용해서도 안 됩니다. 이 경우 액수와 상관없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어 반드시 은행을 통한 공식 반환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통장묶기 사기에 노출됐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대응은 ‘이의제기 절차 착수’라고 조언합니다.
피해금 편취 의도가 없다고 소명하면 지급정지가 해제되는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시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협박 문자 등 객관적인 자료를 준비해 소명해야 합니다.
지급정지 해제는 금융사의 피싱 피해자와 중재를 통해 이뤄집니다. 협박범에게 돈을 준다고 지급정지가 해제되는 것도 아닙니다. 협박 메시지 등 객관적 자료가 없으면 이의제기가 수용되기 어렵습니다.
해당 계좌가 사기에 이용된 사실이 없다는 객관적 자료와 입금자와 무관하다는 증거, 거래내역과 메시지 캡처, 경찰 신고 내역 등을 제출해 소명해야 합니다. 경찰서에서 발급받는 사건·사고 ‘사실 확인원’은 은행 심사에 도움이 되는 핵심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에 따라 계좌 정상화까지 대개 2~3주 정도 걸리는데, 소명자료가 부족해 2차 이의제기까지 할 경우 2개월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실효성 있는 제도 보완 없이는 시민들의 일상 금융생활이 지속적으로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이에 금융권은 인터넷은행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케이뱅크는 선제적으로 ‘통장묶기 즉시해제 제도’를 도입해 고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케이뱅크는 피해자 계좌에 걸린 지급정지 조치를 해제하는 데 드는 시간을 1시간으로 ‘확’ 줄였습니다. 고객이 지급정지 이의제기를 접수하면 케이뱅크는 신속하게 검증 절차를 진행합니다.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되면 통장묶기를 위해 입금된 금액(통장)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통장)은 지급정지를 해제합니다. 즉, 범죄에 악용된 통장만 남기고 나머지 통장은 거래를 풀어주는 ‘부분해제’ 개념입니다.
케이뱅크의 이 조치는 모든 거래가 비대면으로만 이뤄지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강점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통상 시중은행의 경우 지급정지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신분증을 직접 가지고 가까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취소신청서를 포함한 관련 자료를 모두 구비해 소명해야 합니다.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지급정지제도가 악용되는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협박 문자 없이도 계좌입출금 내역이나 패턴을 살펴 사후적으로 신속히 해제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며, 은행 등 금융사들과 함께 이른 시일 내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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