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혁신 4.0 추진에 따라 군무원 정원이 지속 확대되면서 군 조직 내 군무원의 역할과 책임 또한 강화되고 있다. 군무원은 각 분야에서 전문성과 주도성을 발휘하며 군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공개한 ‘2023 회계연도 결산 국방위원회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임용 후 3년 이내 퇴직자가 2019년 18.9%에서 2023년 49.2%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군무원 제도의 외형적 확대에도 근무여건과 조직문화 개선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 준다.
육군종합군수학교 교관으로 근무하던 2022~2024년에도 이러한 변화를 체감했다. 당시 군무원 초급반 교육생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신규 채용이 지속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퇴직으로 발생한 공석을 충원하면서 교육 입교 인원이 많아지는 순환구조였다. 군무원 후배들의 조기퇴직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주거 미지원이나 수당 같은 복지제도와 근무환경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사례가 많았다. 이를 ‘조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한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고 싶다.
올해로 근속 27년을 맞았다. 1997년 외환위기와 2차 오일쇼크라는 시련 속에서 군무원을 준비했던 시절이 선명히 떠오른다. ‘임용되면 반드시 성실히 근무하겠다’는 각오로 준비했고 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1998년 공채 9급 임용 후 탄약대대 탄약보급소(ASP) 말단 제대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탄약직렬 군무원은 현장근무가 많았다. 탄약검사, 정비, 보급, 처리 등 다양한 분야를 순환하며 근무했고 광활한 탄약고 지역에서 추위와 더위를 온몸으로 견뎌야 할 때도 적지 않았다. 훈련 때는 여성 군무원으로서 야외화장실 이용 등 불편함을 겪을 때도 있었다. 부대 이동을 준비할 때는 각종 서류와 물품의 적재·하역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했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배움의 시간이었다. 부족한 급여 속에서도 계획적으로 생활하며 매일 규정을 탐독하고 업무를 익히는 데 집중했다. 동료들 중에는 힘든 여건으로 인해 이직을 택한 이도 있었지만, 그 시간을 견디며 ‘사명감’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배웠다.
27년이 흐른 지금 군무원 조직은 새로운 세대와 함께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MZ세대 군무원들은 일과 삶의 균형, 수평적 소통, 공정한 보상 등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군 조직이 한 단계 도약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군무원은 군의 일원으로서 군인과 함께 국가안보의 한 축을 담당한다. 첨단 국방력의 토대에는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군무원의 헌신이 있다. 앞으로도 군무원이 자부심을 갖고 근무할 수 있도록 근무여건 개선, 복지 확대, 소통문화 정착 등 실질적인 변화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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