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은 이미 인류의 삶과 산업구조를 뒤바꾼 기술혁신의 축이다. 이 둘이 군인의 손안에서 군사 목적으로 결합하면 단순한 효율 향상을 넘어 새로운 군사혁명으로 이어지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 우리 군이 이 변화를 이끌 것인지, 뒤에서 따라갈 것인지가 이제 눈앞의 과제가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변화를 전장에서 가장 먼저 구현한 국가 중 하나다. 미하일로 페도로우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장관이 제시한 ‘스테이트 인 더 스마트폰(State in the Smartphone)’의 비전 아래 국민 서비스 플랫폼 디야(Diia), 디지털 전장상황 공유체계 ‘DELTA’, 화력 운용체계 ‘GIS Arta’가 하나의 디지털 생태계로 묶인 것이다. 표적 탐지와 위치정보, 화력 요청과 결과가 노트북·태블릿·스마트폰에서 실시간 공유되도록 설계됐다. 이는 키이우 방어와 흑해, 헤르손 전선에서 적 자산 식별과 타격 연계에 핵심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스마트폰이 보조장비가 아니라 전투의 중심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대표적 사례다.
오늘날 스마트폰은 사실상 없으면 살 수 없는 필수도구다. 더욱이 지금 군에 입대하는 장병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자라면서 이를 삶과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디지털 네이티브다. 사회의 생활·교육·업무·금융은 모두 스마트폰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병영 안에선 여전히 스마트폰을 주변 장비로만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시대의 현실, 안보환경 모두와 어긋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대에게 가장 익숙한 스마트폰 환경을 우리 군 임무 수행체계의 핵심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 군이 추진 중인 AI 기반 지휘통제, 정보·정찰, 교육훈련체계에 모바일 영역을 결합한다면 스마트폰은 평시엔 교육훈련·행정, 전시에는 전장상황 인식과 작전 지휘, 화력 운용, 군수 지원 등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미국이 상용 스마트폰을 군용화한 ‘택티컬 에디션(Tactical Edition)’을 전장에 투입하는 사례는 필요한 기술적 기반이 이미 상당 부분 준비돼 있음을 시사한다. 보안과 내구성, 정보 통제 우려는 분명 존재하나 이는 기술 부족이라기보다 관료적 관성을 넘어서려는 의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단계적 시험운용과 엄격한 통제를 병행한다면 위험을 줄이면서도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우리 군도 이제 ‘스마트폰 속의 군(Military in the Smartphone)’이라는 비전을 세울 시기가 되지 않았을까? 창끝부대 현장 용사와 군의 지휘부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동일한 정보와 데이터를 공유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손에 쥐여 있다고 상상해 보자. 지휘 속도는 빨라지고, 행정 부담은 줄어들며, 전장의 민첩성·유연성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스마트폰이 갖고 있는 다재다능함이 군의 일상과 전투현장에서 그대로 발휘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례가 보여 주듯이 미래전의 승부는 누가 더 빠르게 연결하고, 더 과감하게 실행하느냐의 경쟁이다. 스마트폰과 AI를 우리 군 혁신의 중심에 두고 체계적으로 군사화하는 군대만이 진정한 ‘톱티어(top-tier) 군대’로 평가될 것이라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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