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MVP 만든 숨은 힘
최고의 시스템에 있었다
25개 세부종목, 국방 체육의 산실
적외선 3차원 동작분석 등 경기력 향상 연구
선수 기량 향상 위해 과학적 장비 적극 활용
국군 체력단련 전문지도자 양성에도 앞장
군 입대 후 기량 폭발하는 선수들
男축구팀, 올해 K리그 12개 팀 중 3위 달성
핸드볼팀, 전국체전서 최강팀 격파하기도
선수들과 끊임없는 분석·소통하며 구슬땀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5 대상 시상식에서 울산HD의 공격수 이동경이 생애 첫 K리그1 MVP 영예를 안았다. 이동경은 지난 10월 28일까지 국군체육부대 남자축구팀(김천 상무) 소속으로 그라운드를 누빈 예비역 병장이다. 그는 김천 상무에서 34경기에 출전해 13골 11도움을 올리며 국내 최고 선수로 떠올랐다. 데뷔 3시즌 이내인 만 23세 이하 선수 중 출중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영플레이어상 주인공도 이동경과 김천 상무에서 한솥밥을 먹은 강원 FC의 이승원이 차지했다. 올 시즌 프로축구에 가장 빛난 별 모두가 ‘군대 축구’에서 탄생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입대 후 선수들이 가파른 기량 향상이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한 군인정신도 중요한 요소겠지만, 우리 군의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이 비결로 꼽힌다. 국방체육 과학화로 전투력 증진에 앞장서는 국군체육부대 국군전투체력개발센터를 찾았다. 노성수 기자/사진=김재권 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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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포츠계에선 ‘군대 갔다 와야 선수 된다’는 말이 있다. 군 복무 기간은 선수 생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전환점이라는 것이다. 남자 육상 높이뛰기 우상혁(용인시청),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조규성(FC 미트윌란) 등이 입대 후 기량이 급성장한 대표 선수로 꼽힌다. 1984년 창설된 국군체육부대는 25개 세부 종목을 운영하며 군 전투력 증진에 앞장서는 국방 체육의 산실이다.
경북 문경시에 있는 국군체육부대에서 만난 진규상(예비역 해병준장) 부대장은 “평소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군인의 대표선수답게 ‘용모, 태도, 자세 모두 군인다워야 한다’는 것”이라며 “선수들이 오직 기량 향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최고의 훈련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자축구팀은 올해 K리그1에 출전해 12개 팀 중 3위에 오른 것뿐 아니라 세계군인체육연맹(CISM)에서 주관하는 단일 대회 및 지난 10월 부산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도 혁혁한 성과를 거뒀다”며 “이 같은 활약 뒤엔 국군전투체력개발센터의 과학화 장비를 활용한 지원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신권섭 공보관의 안내에 따라 국군전투체력개발센터로 이동하자 다양한 체력측정 장비와 이를 운용하는 연구원들이 기자를 맞았다. 이곳에서는 남덕현 센터장 아래 5명의 연구원이 국방체육 발전 연구 및 장병 체력 증진과 엘리트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과거 체육과학연구실로 운영되던 공간을 2023년 센터로 확장 운영해 오고 있다.
영상분석실에서는 전현민 연구원이 적외선 3차원 동작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역도 선수의 경기력 향상 연구에 한창이었다. 10대의 적외선 카메라가 역기를 들어 올리는 선수를 각기 다른 방향에서 촬영하자 점으로 표현된 위치데이터값이 모니터에 표현되며 면밀한 동작 분석에 들어갔다. 전 연구원은 선수가 부상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상·하체 및 좌우 근육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즉각 진단하고, 더 많은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도록 조언을 이어갔다.
운동역학을 전공한 전 연구원은 역도뿐만 아니라 양궁, 역도, 체조, 핸드볼, 수영, 배구 등 다양한 종목의 영상분석 소견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영상 분석은 남자핸드볼팀이 전국체전 4강전에서 ‘최강팀’ 두산을 격파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해 CISM 주관 수영대회에 출전한 양석현은 스타트 방법을 개선하면서 깜짝 입상하는 성과를 냈다.
전 연구원은 “저는 선수의 동작 영상을 분석해 제공하는 것일뿐 경기 성과는 선수와 지도자가 함께 이룬 결과”라고 겸손하게 답하며 “그렇지만 제가 분석한 영상으로 충분히 소통한 끝에 좋은 결과로 이어질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발길을 옮겨 스포츠의학실에서는 레슬링 자유형 86㎏급 이경연 상병이 재활치료에 한창이었다. 박해찬 스포츠의학담당은 훈련 중 다친 김 일병의 부상 부위를 살펴본 뒤 신속하게 테이핑을 시작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부상에 당황한 이 상병에게 의학정보를 전하자 찡그렸던 이 상병의 얼굴도 웃음을 되찾았다. 운동생리학을 전공한 그는 재활과 처치를 담당한다.
박 담당은 “안타깝지만 선수들은 부상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런 선수들의 기능적 움직임을 측정하고 분석해 처방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볼 때면 온몸에 촉각이 곤두서는 기분이다. 선수의 동작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아야 부상을 당한 순간에도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덕현 센터장은 “센터는 과학화 장비를 활용한 선수 경기력 향상 지원뿐 아니라 전투임무 수행에 최적화된 프로그램 개발과 국군체력단련 전문지도자 양성 등으로 군 전투력 향상에도 앞장서고 있다”며 “앞으로도 유일한 국군체육기관으로서 다양한 지원으로 국방체육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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