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도 다시 선다” - 군인정신으로 재활의 바다를 건너며

입력 2025. 12. 01   15:29
업데이트 2025. 12. 01   15:40
0 댓글
박상현 상사 해군교육사령부 전투병과학교
박상현 상사 해군교육사령부 전투병과학교



1998년 4월 13일 해군 부사관으로 군에 첫발을 내디뎠다. 강한 체력과 흔들림 없는 정신력,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자부심이 군인의 길로 이끌었다. 27년 가까이 군복을 입은 지금까지 이 사명감은 인생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2022년 9월 28일 예상하지 못한 큰 시련이 찾아왔다. 뇌경색 진단과 함께 왼쪽 편마비가 왔다. 침대에 누워 의사와 가족의 얼굴을 바라보던 순간, ‘다시 군인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오랫동안 군을 사랑하며 살아왔던 한 사람에게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정체성과 자존심을 흔드는 충격이었다.

병원에서의 재활은 군 생활 못지않은 고된 과정이었다. 서 있는 연습, 걷는 연습, 넘어지지 않고 물속에서 균형을 맞추는 훈련까지. 매일 근육을 깨우고 감각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전역도 생각했지만 군에서 배운 인내와 절제, 위기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정신으로 1년 6개월간 재활훈련에 매진했다.

그 결과 기적적으로 몸이 회복됐다. 다시 군복을 입겠다는 확신이 생겼고 2024년 5월 8일 해군교육사령부 전투병과학교 훈육관이라는 직책으로 군에 복귀했다.

이 길을 다시 걸을 수 있었던 건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군 조직의 믿음과 동료들의 응원,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고자 한 책임감이 다시 교육현장으로 이끌었다. 몸은 여전히 쉽게 지치고 불편함이 따르지만, 24시간 근무 후 퇴근해 꾸준히 수영장과 장애인운동센터를 찾아 재활훈련을 이어 갔다.

그 노력은 지난 10월 김해시 장애인수영대회에서 자유형 1위라는 결과로 드러났다. 출발대에선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라 군인이었다. 같은 시기 부대에서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아 ‘우수 훈육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표창이 아니라 군이 장애가 있는 동료를 어떻게 바라보고 품을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지금도 완벽한 몸을 가진 군인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버지의 모습에서 세상을 배우고, 후배들은 선배의 뒷모습에서 길을 찾기에 아이들과 후배들에게 떳떳한 군인이자 스스로 부끄럽지 않으려 어떤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임무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도 교육현장, 훈련장과 수영장에서 나와의 싸움을 이어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군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 동료들과 조직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