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 양상이 ‘드론 전쟁’으로 변화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값싼 상용 드론이 주력 전차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가성비의 불균형’이 심각한 안보 문제로 대두됐다.
이는 적의 저가 드론에 대응하기 위해 아군의 값비싼 요격미사일을 소모해야 하는 전략적 딜레마를 야기한다. 또한 고성능 방공자산의 조기 고갈을 초래하며, 장기적인 소모전에서 심각한 경제적·군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고도화하는 북한의 무인기와 자폭 드론의 위협 속에서 우리 군 역시 저비용 고효율의 창의적 대응책이 절실하다.
군사전문매체 ‘더 워존(The War Zone)’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 육군은 지난 8월 70년 된 무기인 ‘크레모아(M18A1)’를 1인칭 시점(FPV) 드론에 장착해 다른 드론을 격추하는 ‘산탄총 개념’의 요격시험에 성공했다. 이는 약 700개의 쇠구슬을 흩뿌리는 크레모아의 특성을 활용, 값비싼 유도무기 대신 기존 자산으로 드론을 제압한 훌륭한 역발상이다. 미군은 ‘프로젝트 생크(Project Shank)’라는 이름으로 이런 저비용 대응체계를 개발 중이다. 비싼 유도무기 대신 ‘파편의 벽’을 형성해 지역을 제압하는 창의적 전술이다.
이런 고민은 대한민국 최전방 포병부대에서도 이어졌다. 현재 백령도 최전방 포병대대장으로서 적 드론의 직접적 위협에 노출돼 있다. 이에 부대의 생존성을 확보하고자 자체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던 중 크레모아의 지상 활용 가능성에 주목했다.
최근 도서방어종합훈련 때 포병진지에 접근하는 적 드론을 상정해 포상에 크레모아를 설치하고 원격 격발로 이를 무력화하는 전투실험을 했다. 이는 적 드론이 특정 고도 이하로 진입 시 지향성 폭발을 통해 물리적으로 접근을 차단하는 ‘지상 기반의 산탄총 방어’ 개념이다. 민간인 피해 우려가 적고 충분한 작전 반경이 확보되는 도서지역의 이점을 활용한 것이다. 무엇보다 상급부대의 방공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부대 스스로 생존성을 확보하려는 최전방 포병대대의 노력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 군은 패트리어트, 천궁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고성능 방공망(High)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값싼 ‘벌떼’ 드론을 막기 위해 이 고가의 자산을 소모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적의 의도에 말려드는 명백한 전략적 낭비다. ‘저비용(Low)’ 방어수단을 결합하는 ‘고저 혼합(High-Low Mix)’ 방공전략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고정관념을 깬 일선 부대의 창의적 노력을 격려하고, 이를 신속히 검토해 발전시키며 표준화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다가오는 드론 전쟁 시대에 승리할 ‘가성비’ 높은 방어체계를 갖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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