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나 편견을 교육으로 바꿀 수 있을까

입력 2025. 12. 01   15:28
업데이트 2025. 12. 0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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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계동 오즈세파 대표
오계동 오즈세파 대표



그릇된 지식이나 편견으로 다른 편견을 고칠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그럼 옳은 지식으로 생각, 편견을 바꿀 수 있을까? 교육 수준에 따라 자신의 편견을 고칠 확률이 다를까? 모든 사람은 나름의 증거를 바탕으로 자기 생각을 갖는다. 정보의 출처가 어디이며,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됐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미 포틀랜드주립대 교수인 피터 보고시안은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혹은 이미 믿고 있는 것에 부합하는 정보만 증거로 받아들인다”며 교육 수준에 따른 차이는 없다고 얘기한다. 여기서 증거가 옳은 것이냐, 아니냐는 사실 별 상관없다.

마이클 셔머 또한 “똑똑한 사람들일수록 나쁜 생각을 합리화하는 데 더 능하다”고 말한다.

똑똑한 이들은 더 자기 믿음을 확신하는 일종의 확신범이고, 자기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를 봐도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실이 확인된 정보가 오히려 잘못되고 조작됐으며 모종의 음모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문제는 잘못 주입된 정보로 인해 형성된 생각이나 편견이 옳은 정보를 접했을 때 바뀔 수 있느냐는 것인데, 불행히도 사회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얘기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확신을 바꾸기보다 새로운 정보의 허점을 찾아 자신을 방어하려 든다. 인간의 천성이기도 하다.

그릇된 편견이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방법은 없을까.

마이클 셔머는 강단에서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으려 할 때 실제 사실, 증거를 갖고 윽박지르는 건 별 효과가 없다고 한다.

잘못된 생각을 하는 회의주의자들에게 이렇게 물어보라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증거를 바탕으로 믿음을 바꾸라고 얘기하는 대신 어떤 증거를 주면 믿음을 바꿀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보라는 것이다.

즉 믿음에 대한 확신을 떨어뜨릴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그런 다음 상대방 스스로 그 믿음을 떨어뜨릴 수 있는 증거를 찾아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싶으면 믿음을 떨어뜨릴 수 있는 증거를 찾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혹 상대방이 말하는 증거를 찾지 못할 때는 지금 내가 가진 사실들이 믿음을 떨어뜨릴 수 있는 증거로 받아들여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상대방이 동의하는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그 효과가 크다.

사람의 생각, 편견을 바꾸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머리가 커진 다음에 바꾸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때로 이런 것을 아는 독재자는 인류사에 남는 참혹한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

캄보디아 내전에서 승리한 폴 포트는 집권하자마자 300만 명에 달하는 자국민을 학살했다. 그중 첫 번째 학살 대상이 학교 선생님을 포함한 교육받은 이들이었다. 완벽한 사회주의 혁명 완성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폴 포트 자신도 교사 출신이었다. 교육해 봤자 자본주의 물을 먹은 사람들을 완전히 사회주의화한다는 게 어렵다고 판단해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이다.

우리는 ‘생각이 다른 사람’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지만 ‘생각이 잘못된 사람’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들어본 바가 없다.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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