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트렌드 - 나노 바나나(Nano Banna), K콘텐츠 산업 ‘제2의 카메라’ 될까
인물 특징 유지한 채 포즈·배경 등 생성
자연어 명령만으로 원본 다양하게 변형
계절·국가별 추가 촬영없이 제작 가능
K콘텐츠 글로벌 맞춤 이미지 활용 기대
합리적 사용규칙 통한 관리·선점 필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이제 또 뭘 배워야 하지?’라는 피로감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그럼에도 최근 주목받는 구글의 나노 바나나(Nano Banana)는 단순한 ‘새로운 기능’이 아니라, 영상·엔터테인먼트 산업 구조 자체를 건드릴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기술로 봐야 한다. 텍스트 몇 줄로 인물·장면·세계관을 고해상도로 구현하고 같은 캐릭터를 수십 장의 컷으로 일관되게 뽑아내는 능력은 더 이상 실험실의 데모가 아니라 이미 현장에서 쓰이고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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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 바나나란 무엇인가
나노 바나나(Nano Banana)는 구글이 지난 8월 26일 공식 발표한 제미나이 2.5 플래시 이미지(Gemini 2.5 Flash Image)의 별칭이다. LMArena라는 크라우드소싱 AI 평가 플랫폼에서 ‘나노 바나나’라는 익명의 모델이 이미지 편집 리더보드 상위권을 차지하며 화제가 됐고, 이를 구글이 제미나이에 통합하면서 그 정체가 공개됐다.
나노 바나나는 스마트폰 하나로 고급 카메라의 진입 장벽을 무너뜨렸던 것처럼 고급 시각 콘텐츠 제작의 문턱을 크게 낮추고 있다. 한국 사용자들은 모바일 제미나이 앱이나 웹 환경에서 나노 바나나를 호출해 인물사진을 업로드하고 “잡지 화보 스타일로, 겨울 도심을 배경으로, 네 컷 시리즈로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최근에는 ‘나노 바나나 프로(Nano Banana Pro)’가 출시됐다. 제미나이 3 프로(Gemini 3 Pro) 모델을 기반으로 구축된 이 버전은 첨단 추론능력과 현실 세계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활용, 탁월한 수준으로 정보를 시각화할 수 있다. 특히 한글 텍스트 표현이 크게 강화돼 광고, 배너, 섬네일 제작에 활용도가 높아졌다.
나노 바나나의 핵심 특징
1) 캐릭터·인물 일관성 유지
과거 이미지 AI는 한 장씩 보면 그럴듯했지만, 여러 장을 나란히 놓으면 인물의 얼굴이나 체형, 소품이 제각각이라 실제 기획·브랜딩 작업에 쓰기 어려웠다. 나노 바나나는 동일 인물의 특징을 유지한 채 다른 포즈, 의상, 배경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나 인물 화보, 시리즈 광고, 캐릭터 마케팅 등 반복적인 비주얼이 필요한 영역에 바로 투입될 수 있다. 나노 바나나 프로는 최대 5명의 인물과 14개의 디자인 요소까지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2) 자연스러운 편집·리터칭
업로드한 사진에서 배경 교체, 스타일 변경, 구도 조정, 2K·4K 업스케일 등 후반 작업에 해당하는 작업을 텍스트 명령만으로 처리할 수 있다. ‘배경을 도심 야경으로 바꿔줘’ ‘동일 인물로 4컷 포즈를 만들어줘’처럼 자연어로 요청하면 원본을 바탕으로 다양한 변형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3) 추론 기반 정보 시각화(프로 버전)
나노 바나나 프로는 단순히 아름다운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사용자가 제공한 내용이나 사실 정보를 바탕으로 맥락이 살아있는 인포그래픽과 다이어그램을 생성하고 구글 검색의 방대한 지식 기반과 연결해 실시간 정보까지 시각화할 수 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과 인디 브랜드들은 소수의 모델 촬영 컷을 기반으로 다양한 배경과 콘셉트의 상품 이미지, 계절별·국가별 맞춤 크리에이티브를 생성해 광고와 상세페이지 곳곳에 활용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1인 크리에이터들은 나노 바나나를 이용해 자신만의 아바타나 ‘버추얼 피규어’를 만들고 이를 콘텐츠와 굿즈 디자인의 기본 단위로 삼고 있다.
K콘텐츠, 나노 바나나와 만날 때
한국의 K콘텐츠 산업은 나노 바나나의 영향을 특히 크게 받을 수 있다. 이미 한국은 아이돌, 드라마, 예능, 웹툰, 게임 등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이 축적돼 있고, 이를 둘러싼 팬덤 경제와 굿즈 시장이 발달해 있다. 여기에 나노 바나나가 결합하면 하나의 IP를 기반으로 한 ‘파생 비주얼’의 양과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돌 그룹의 한 콘셉트 사진만으로도 팬별 맞춤 이미지를 생성해 글로벌 플랫폼에 배포하고, 특정 지역·언어에 맞춘 프로모션 이미지를 현지 담당자 없이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드라마와 영화 IP의 경우에도 공식 촬영본이나 콘셉트 아트 일부를 활용해, 세계관 속 다른 장면, ‘무비 포스터 스타일’ 팬 콘텐츠, SNS용 짧은 스토리 이미지를 대량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우려도 분명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동영상 플랫폼, 팬 커뮤니티 서비스는 앞으로 이용자가 나노 바나나로 제작한 2차 창작 이미지와 영상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이때 플랫폼은 이를 단순 사용자생성콘텐츠(UGC)로 볼 것인지, 공식 IP와 연계된 ‘공동 창작물’로 인정하고 일정한 규칙 아래 관리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을 누가 어떻게 선점하느냐다. 나노 바나나는 아직도 빠르게 업데이트되고 있고 여러 경쟁 모델도 동시에 등장하고 있다. ‘언젠가 안정되면 배워야지’라고 미루는 조직과, 다소 불완전하더라도 워크 플로에 끌어들여 실험하는 조직 사이의 격차는 앞으로 2~3년 사이에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과도한 공포감이나 무조건적인 찬사가 아니다. 현장의 창작자와 기획자, 플랫폼, 정책 당국이 함께 합리적인 사용 규칙과 보상 구조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스마트폰이 ‘누구나 촬영하는 시대’를 열었다면, 나노 바나나는 ‘누구나 세계관을 시각화하는 시대’를 여는 제2의 카메라가 될지 모른다. 그 기회를 어떻게 쥘 것인지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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