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슈돋보기 - 2026년 인도·태평양 주요국의 안보정세 전망: 미국
경제적 민족주의 기반 대외정책 추진
동맹 국방비 부담 증대·방산 협력 확대
내년 국방전략도 올해 연장선서 지속
트럼프 중간선거·시진핑 방미 등 변수
대중국 억제정책 속도·수준 조정 가능
집중 방향 따라 우리 대비전략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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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의 분석 및 평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더욱 확고해진 ‘미국 우선주의 2.0’ 기조 아래 경제적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대외정책을 추진했다. 핵심 기조는 힘을 통한 평화였다. 강자의 위치에서 양자협상을 주도하는 방식은 1기와 유사했으나 기존 합의 내용을 바꾸거나 요구사항을 확대하고 정부 내 협상 주체마저 불분명하게 하는 ‘끊이지 않는 협상’ 전술은 새롭게 불확실성을 양산했다.
미국이 세계 각국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 관세협상은 자국 중심주의와 보호주의로 회귀하는 구조적 변화와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을 재촉했다. 2기에는 경제와 기술, 군사안보 이슈를 연계하는 압박전술이 더 체계적으로 적용되는 한편 국제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희토류 등 미국의 공급망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관세 압박과 후퇴를 반복하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정상외교는 미국의 재정·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고 협상에서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는 관세정책과 함께 유럽·중동지역 전쟁을 봉합해 트럼프식 안정화와 평화를 창출하는 주요 수단이었다. 지난 9월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도출하고 연말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의 평화협상을 진척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한 중국과 이슈별로 협력하는 세력권 정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원화된 대중국 정책을 선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협상의 우선적 타결을 위해 중국을 자극하는 언행을 삼가고 군사안보적 견제 수위마저 조절하는 한편 동맹·우방국에는 ‘디리스킹(Derisking)’을 요구하는 양면성을 보였다.
트럼프 2기의 안보·국방정책은 대중국 견제 기조를 유지하면서 군사력의 원천인 경제·기술 분야의 혁신 통제와 교류 차단으로 압박을 심화했다. 축소지향적 대전략 아래 최우선 전구인 인도·태평양지역을 유럽과 분리·대응하는 차이가 있었다. 관통하는 원리는 ‘동맹 재균형’으로 지역별 동맹국의 국방비 지출과 자가방어력 확대를 요구하면서 위험을 분산시키고자 했다.
특히 첨단 기술력과 경제력을 보유한 아시아 동맹국의 기여를 전 영역으로 확대해 궁극적으로 글로벌 공공재 제공 부담을 줄이면서 미·중 전략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자국 기반을 강화하고자 했다.
미 국방전략의 핵심인 본토 방어 중시는 국경안보를 강조하며 여느 때보다 가시적이고 확장적이었다. 주요 대선 공약이었던 강력한 이민 통제와 마약, 테러 척결을 본토 방어 개념과 결합하고 군을 남부 국경에 증파하며 주요 도시의 시위 진압에 활용하는 등 국토안보 업무에 투입했다. 또한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마약 운반선을 격침하는 등의 공세를 펼치고, 마약 밀매뿐만 아니라 중국·러시아의 영향 아래 있는 베네수엘라를 친미 정권으로 교체할 기세로 인근에 막대한 해군력을 배치함으로써 서반구 중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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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안보·국방정책 전망
미국발 관세정책이 국내외 경제에 주는 부정적 영향은 예상보다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 물가 상승 체감도가 높아져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하락했고 뉴욕시장, 버지니아·뉴저지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했다. 연말에 미 대법원이 비상경제권한법에 근거한 관세정책과 관련해 불법 판결을 내릴 경우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2026년은 유권자의 주머니 사정이 중요한 중간선거가 있는 해이므로 미국은 선심성 경기부양책을 활용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공약 달성과 승리를 자처할 수 있는 대외정책 성과 도출에 매진할 것이다.
미국의 국방전략 기조는 본토 방어 중시, 대중국 견제 강화, 동맹·우방국 안보 부담 증대, 방위산업 기반 협력 확대 등 2025년 안보·국방정책이 지속될 전망이다. 향후 발간되는 국방전략서가 국가안보전략서와 함께 어느 수준에서 공개될지는 불확실하다. 이런 배경에서 주요 쟁점은 국가전략의 대중국 견제 중점이 대통령의 국내 정치 의제와 맞물려 어떤 요구로 이어질지, 정상외교에 의한 대중국 견제 수위 조절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본토 방어가 비대칭적으로 강조되면 미국이 인도·태평양지역 방어에서 후퇴할 것인지 등이다.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이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미가 예고됨에 따라 미국의 안보·국방정책은 대중국 견제 기조를 유지한 채 이행의 시간차와 수준차를 두고 유연하게 조정될 전망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대전략 관점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태평양 방어를 본토 방어로 인식하는 군부와 의회 입장이 견고하고, 이를 중심으로 미국의 중장기적 군사력 건설과 현대화가 추진될 것이다. 둘째, 미·일 동맹과 미·필리핀 동맹의 격상, 연합군사훈련 확대와 방산협력 증대를 포함한 네트워크 안보협력의 체계화 모두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한다. 비록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격자형 안보 네트워크’ 개념은 원용하지 않지만, 트럼프 2기는 인도·태평양 회복탄력성 파트너십(PIPER)과 같은 실용적 다자안보 플랫폼을 계승·발전시켜 미국 중심의 방산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셋째,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강조하듯이 대북 억제뿐만 아니라 대중국 억제효과가 있는 주한미군의 전력 증강은 동맹 역량 향상을 통한 역할과 책임 분담을 추구한다. 간접화력방어능력(IFPC)과 아테네(Athena)-R 정찰기 배치, MQ-9 리퍼 원정정찰대대 창설, 다영역기동부대(MDTF)와 F-35 전투기의 한반도 배치 모두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한 내용은 미 국방전략의 방향성과 우선순위의 단서를 제공했다. 국방비 증액과 주한미군 조정,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 확장억제 유지, 방산협력 증대 등 한미동맹 주요 현안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협상 내용을 보면 미국은 동맹의 물질적 비용 분담과 함께 역할 분담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미 해군력의 토대가 되는 동맹 간 산업협력을 강조하고, 이의 확장 가능성을 공식화함으로써 동맹 현대화 담론을 국방 외 영역으로 넓혔다.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 논의됐던 ‘한미동맹의 뉴프런티어(New Frontier)’ 담론과 유사하지만 이젠 미국이 글로벌 동맹체계를 변화하는 국제안보 환경과 미 국내 정치지형에 맞게 본격적으로 최적화하기 시작했고, 동맹의 기여 정도에 따른 차등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시사점
향후 군 당국은 미국의 본토 방어 중시와 대중국 견제 기조 간 균형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는 기조는 아니지만 제한된 국방자원의 배분사안이기에 미국이 불법 이민 통제와 서반구 방어라는 협의의 본토 방어에 집중한다면 유사시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지역 방어에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 즉 ‘방기의 위험’이 증대된다. 반대로 미국이 대중국 억제에 총력을 다하는 광의의 본토 방어에 집중한다면 오판에 의한 미·중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한미동맹이 한반도 외 분쟁에 연루될 위험이 커진다.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참여하라는 등 미국의 대중국 거부전략에 동참하라는 요구가 가시화된다면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고려했을 때 부담이 될 것이다. 한미동맹의 역할 확대는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요구되므로 전략에 기반한 대비가 필요하다. 한국이 한반도 방어 임무를 주도적으로 설계하면서도 우호적 지역 질서 형성에 기여하는 외연 확대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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