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전23승 불패 신화의 영웅이지만…아들 죽음 앞에 목 놓아 운 아비
국립중앙박물관 ‘우리들의 이순신’
스웨덴 박물관이 소장한 병풍부터
종가서 간직해온 2m 장검 공개도
국보·보물 포함 258건 369점 선봬
겉봉투를 와락 펼쳤더니 (둘째 아들)열의 글씨가 보였는데 바깥면에 ‘통곡’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 마음속으로 (막내아들)면이 전사한 것을 알았다. 나도 모르게 간담이 떨어졌다. 목 놓아 소리 높여 슬피 울부짖었다. 불쌍한 내 어린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하룻밤이 1년 같다.
『난중일기』1587년 10월 14일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명장 ‘민족의 성웅’ 충무공 이순신 제독도 아들의 죽음 앞에서는 북받쳐 오르는 슬픈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따뜻한 아버지였다.
28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2에서 열리는 충무공 탄신 480주년 및 광복 80주년 기념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은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전시다.
‘충무공의 후예’ 해군 군악의장대대는 28일 개막행사에서 관람객을 대상으로 군악 연주와 의장대 시범을 선보이며 특별전 개막을 축하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앞서 27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순신을 조명한 전시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동안 제작된 이순신 관련 영화·드라마·소설 등과 달리 충무공의 모든 것을 유물로서 이해하고, 그동안 쌓아온 연구 업적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충무공정신을 기리고 우리들의 이순신으로 간직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충무공은 ‘23전23승’ 불패신화를 쓴 명장이지만 난중일기를 살펴보면 우리와 똑같은 서정적인 면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이번 전시가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모든 이의 마음을 지지하는 응원의 기록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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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충남 아산의 이순신 종가가 처음으로 공개한 국보·보물 등 주요 유물 20건 34점을 비롯해 일본과 스웨덴 등 해외 소장 유물, 육군박물관과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까지 총 258건 369점의 전시품을 선보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이순신 전시다. 특히 충무공 활동 공간인 바다를 중심으로 관람객이 하나의 긴 여정을 함께하는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영상과 음향, 체험이 결합된 전시를 선보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파도 소리와 함께 이순신 장군이 지휘한 거북선 소개 영상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영상에 등장하는 거북선 형태는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이 2022년 복원한 거북선을 참조해 제작됐다.
이어 조선후기 수군의 훈련 모습을 그린 수군조련도법은 우리 해군의 뿌리인 조선 기동 항해전술 체제 도입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유 관장은 “조선시대 해상에서 조선 수군의 대규모 연합훈련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순신 종가에서 처음 공개한 맹세의 글귀가 새겨진 이순신 장군의 장검에서는 비장함이 느껴진다. 2m에 가까운 길이와 고급스러운 장식 문양의 장검은 실제 전투에서 사용했다기보다 삼도수군통제사로서 위엄을 드러내는 의장용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발길을 옮기면 병풍형 그림 2개가 나란히 소개된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정유재란 때 명군이 일본군을 물리친 공적을 기념하는 내용의 병풍 그림인 정왜기공도병이다. 첫 번째 병풍인 전반부는 스웨덴 구스타프 오스카 발렌버그가 1906년 일본 도쿄 특사에 임명됐을 때 구입해 스톡홀름 동아시아박물관에 기증한 작품이다. 후반부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것으로,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전, 순천 왜성전투, 남해도 소탕작전 등 정유재란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전투 장면을 담고 있다. 두 작품의 공간을 뛰어넘은 만남이 이채롭다.
거북선으로 도안된 휘장이 달린 해군 장교의 정모와 이순신의 시호를 따서 명명한 충무무공훈장도 소개돼 후대에 깊은 영향을 주는 충무공의 뜻을 되새길 수 있다.
전시 경험을 개인의 기억으로 남길 수 있는 다색판화엽서를 제작하거나 인간 이순신의 이야기를 다섯 가지 영상으로 감상하는 디지털 체험도 참여가 가능하다.
관람료는 5000원. 개막일인 28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는 무료 운영한다. 충무공 서거일인 12월 16일에도 무료 관람이 진행된다. 노성수 기자
사진=국립중앙박물관·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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