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철학은 있다

입력 2025. 11. 27   14:23
업데이트 2025. 11. 2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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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택 원사 육군37보병사단 천군여단
임원택 원사 육군37보병사단 천군여단


“칭찬 한마디는 전우를 살리고 
비난은 사지로 몰아넣는다는 생각을
항상 가슴에 새기면서 하루 시작”


2023년 8월 9일, 26년간 근무했던 강원 화천군을 떠나 진급자 교류 대상이 돼 충북을 수호하는 지역방위사단 육군37보병사단에 전입했다. 110보병여단 본부중대 행정보급관 직책을 부여받고 근무한 지 2년째, 같은 직책을 20년째 이어 가고 있다. 

2006년 2월 11일 당시 중사 계급으로 행정보급관 직책을 27보병사단 77연대 1중대에서 시작했다. 이어 화기중대, 전투지원중대, 수송대, 여단 및 사단 본부대 행정보급관까지 줄곧 같은 직책만 부여받았다. 행정보급관이란 직책이 천명처럼 느껴졌다. 더불어 직책을 맡으며 쌓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 철학도 생겼다.

군 조직 내에서 지휘권을 인정받는 최소 단위인 중대는 나무(국군)의 뿌리와 같다. 나무가 튼튼하게 자라기 위해선 뿌리(중대)의 성장을 돕는 행정보급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중대장이 중대를 지휘하는 데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현장 판단을 돕기 위해 행정보급관은 숨기거나 보탬 없이 있는 사실 그대로를 조언해야 한다.

군의 특성상 촌각을 다투는 상황은 평시에도 존재하고, 전시를 가정하면 더욱 빈번하다. 따라서 행정보급관은 중대원의 신상 파악은 물론 장비, 물자, 식량, 시설, 탄약 등 군에서 요구하는 필수적인 관리뿐만 아니라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중대장과 끊임없이 의견을 나눠야 한다.

소통 단절은 현장 판단을 흐리고, 전장에서 패하는 결정적 요소이므로 중대원의 신상 파악 등 필수적인 관리요소 변동의 경우 반드시 중대장에게 실시간 보고해 정확한 판단을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은 중대장에게 신뢰를 줘 상호존중으로 이어지고 중대원들에게 본보기가 된다.

군인은 사기를 먹고산다고 했다. 중대원의 사기를 올리는 것도 행정보급관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상급자가 부정적이거나 상처되는 말을 반복하면 부하들은 자신이 하는 부정적인 말에 죄책감이 없어지므로 상급자의 언행은 매우 엄격할 필요가 있다. 군 내에서 개인 간 갈등뿐만 아니라 계층 간 갈등이 발생하는 촉발요인이 있는데, 잘못된 본을 보이면 그것이 문화가 돼 조직에 악영향을 미치고 군의 사기를 떨어트린다.

‘내가 오늘 건네는 칭찬 한마디는 전우를 살리고, 비난의 한마디는 전우를 사지로 몰아넣는다’는 것을 항상 가슴에 새기면서 독백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다소 극단적으로 생각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에 언어의 힘을 믿는다. 돌이켜 보면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지금껏 군 생활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됐고, 군인으로서 철학을 갖고 직책을 수행할 수 있게 했다. 이 글을 접한 전우 모두가 공동체 생활에서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주도적인 군 생활을 이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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