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Q마크 인증 기업을 가다 ④ 펀진
야간·악천후 등 다양한 환경 모델링
AI 학습에 필요한 합성데이터 생성
작전 지형·전술 패턴까지 반영 가능
외부 클라우드·서버 의존 않고 작동
군 내부서 자체 생성·검증 ‘큰 장점’
소프트웨어 최초 인증 획득 이어져
국방 분야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지만 실제 작전 환경에서 고품질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보안 제약, 지형적 한계, 실제 전투 경험 부족 등으로 인공지능(AI)이 학습할 양질의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해결하고 ‘국방 AI 데이터생성 기술’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펀진(FUNZIN)이다. 송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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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진은 2006년 이동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통신과 사물인터넷(IoT) 기술 기반의 데이터 처리, 네트워크 제어, 임베디드 시스템(특정 목적을 수행하도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컴퓨터 시스템)으로 개발 역량을 축적하며 성장해 왔다.
이 같은 기술 저변은 펀진이 AI와 국방 분야로 확장되는 기반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2023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관한 ‘차량공유서비스 알고리즘을 활용한 전투체계 매칭 구현’ 사업을 수행하면서 국방 AI 분야로 본격 진입했다.
당시 연구 과정에서 군 현장의 요구와 한계에 직면한 펀진은 실전 환경을 반영한 AI 학습데이터 생성 플랫폼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고, 연구개발에 집중한 결과물이 바로 합성데이터 생성관리 플랫폼 ‘이글아이(EagleEye)’였다.
이글아이는 실제 작전 환경에서 수집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AI 기반 합성 기술로 만들어내는 플랫폼이다. 야간·악천후·폭우·재난 등 다양한 전장 환경을 모델링해 AI 학습에 필요한 고난도 데이터를 만들어내도록 설계됐다.
펀진은 이미지를 단순 합성하는 수준을 넘어 군이 실제 전장에서 접하는 작전 변수·지형·기상·전술 패턴 등을 반영한 합성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는 구조를 구현했다.
이글아이의 가장 큰 강점은 독립성이다. 외부 클라우드나 서버에 의존하지 않고, 군 내부 폐쇄망에서도 동작 가능한 온프레미스(폐쇄망) 구조로 개발돼 보안성이 높다.
그 덕분에 군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생성·검증하고 AI 모델을 학습·배포할 수 있어 외부 유출에 대한 우려 없이 안정적인 체계 운영이 가능하다. 이 점은 AI 기반 전투체계 구축이 중요한 한국형 전장 환경에서 매우 큰 장점으로 꼽힌다.
펀진은 이글아이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올해 국방기술품질원의 소프트웨어 분야 최초 DQ마크 인증을 획득했다. DQ마크는 주로 하드웨어 장비에 부여됐으며, 국방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인증을 받은 것은 펀진이 처음이다. 펀진은 단순 품질 인증이 아닌 ‘국방 AI 생태계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펀진은 소프트웨어 제품의 품질을 인증하는 국가공인인 GS인증 1등급 보유와 산업통상부가 지정하는 절충교역 추천 대상으로도 선정돼 기술 신뢰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펀진이 고도화 중인 ‘KWM(Kill-Web Matching)’도 큰 관심을 얻고 있다. KWM은 AI 기반 객체인식·경로추천·자동무기할당 기능을 갖춘 차세대 전장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이다.
향후 펀진은 AI와 데이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군의 교리와 전장 환경을 이해하는 ‘한국형 AI’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외국산 AI나 외부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 군이 스스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군사 AI 기술을 바탕으로 인간을 돌보는 ‘컴패니언 로봇’ 개발로 확장, 안보와 인류 복지에 함께 이바지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인터뷰 김득화 펀진 대표
“폐쇄망서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설계…데이터 외부 유출 우려 없죠”
김득화 펀진 대표는 회사가 국방 분야로 진입하게 된 계기에 대해 “군이 실제 작전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 기술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한국군은 실제 작전 경험이 적고 보안상 데이터 확보가 제한되는 구조라 AI를 학습시키기 위한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펀진이 합성데이터 기술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이글아이는 AI가 필요로 하는 학습데이터를 자동으로 생성할 뿐만 아니라 군이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검증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구조”라고 부연했다.
보안 역시 핵심이었다. 김 대표는 “국방 분야는 외부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보낼 수 없기 때문에 폐쇄망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설계했다”며 “데이터가 외부로 빠져나갈 우려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펀진은 올해 이글아이로 소프트웨어 분야 최초의 DQ마크 인증을 획득했다. 그는 “단순한 품질 인증이 아니라 국방 AI 생태계 내에서 ‘체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자부심을 드려냈다. 이어 “GS인증 1등급과 DQ마크를 동시에 갖춘 것은 국방·공공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기술 기업이라는 증명”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계획에 대해 김 대표는 “모든 작전 데이터를 통합해 군 전체가 하나의 AI 생태계로 작동하는 플랫폼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더 나아가 AI 기반 기술을 확장해 ‘AI가 사람을 지키는 시대’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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