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 동기들보다 예닐곱 살 많은 나이로 입영했습니다. 그렇기에 군대가 더 무겁고 불안하게만 다가왔습니다. ‘나이 어린 동기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훈련하는 동안 체력적으로 모자라지는 않을까?’
입영 전날까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훈련소에서 생활하며 모든 고민과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훈련 과정에서 혼자 견디기 힘든 순간도 있었습니다. 입대 전까지 들어본 적 없던 표현을 배우고, 체력단련은 매일같이 숨이 차올랐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앞에서 끌어주는 소대장님, 사이사이에서 훈련병을 챙겨주는 분대장님, 함께 발맞추며 나아간 동기들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은 세열수류탄 투척 훈련입니다. 연습하고 사로에 섰지만 심장은 빠르게 뛰었습니다. 아무리 그러잡아(자신이 있는 쪽으로 당겨 붙잡음) 보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촉감의 수류탄을 던진다는 것, 안전핀을 뽑는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때 사로에 대기 중이던 소대장님이 얼어붙은 저를 꽉 안아줬습니다. “사랑한다. 무슨 일이 생겨도 너만은 살리겠다”라는 그때의 말씀과 눈빛은 아직도 제 안에 남아있습니다. 그 눈빛에는 진심이 가득했습니다.
떨리고 긴장되던 마음은 오히려 단단해졌고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온몸을 뜨겁게 데웠습니다. 그 믿음과 용기로 안전핀을 뽑고 멀리 던져냈습니다. 투척을 안전하게 마무리하고 사로를 빠져나올 때, 눈물이 흘렀습니다.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감도 있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감정이 북받쳤습니다. 바로 전우애였습니다. 입으로만 내뱉는 전우애가 아닌, 생명을 나누는 진짜 전우애.
자신을 스스로 두려움 앞에 내놓는 경험과 또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저는 훈련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군인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무엇인지도 배웠습니다. 훈련은 힘들었고 몸은 지쳤지만 크고 작은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던 7주였습니다. 사회에서 지냈다면 결코 얻지 못했을 소중한 것들을 배웠습니다. 수료를 앞둔 지금, 이 모든 배움과 가르침을 주신 중대장님, 소대장님, 분대장님과 전우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자대에 가서도 이곳에서 배운 전우애와 책임감을 잊지 않겠습니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 가는 것, 지쳐도 서로를 놓지 않는 것. 저를 일으킨 그 말을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그래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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