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능력, 완성하라
거친 바다, 장악하라
정든 진해 모항(母港)을 떠난 지 80여 일. ‘2025년 대한민국 해군순항훈련전단’은 힘찬 항진을 계속하고 있다. 해군사관학교 80기 생도들은 기나긴 원양 항해 기간 함정에서 각종 실습·훈련을 하면서 장교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과 임무 수행 능력을 함양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에서 태국으로 향하던 지난 21일에는 그간 습득한 군사 전문성과 임무 수행력을 점검하는 전투기량 경연대회 및 야간 종합전투훈련을 했다. 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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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량 경연대회
8개 소대 나눠 실력 겨뤄…전술기동·신호 등 평가
“FORM1-TA12-1-10-G CORP-090-9-G FORM 2-D/G C/S YA-1.”
평가에 나선 교관이 영어로 된 신호문을 불러 주자 생도들은 교재를 참고하고, 컴퍼스와 삼각자를 이용해 항로를 계산하면서 변침을 계속했다. 그럴 때마다 백지였던 기동전술판 용지가 조금씩 채워져 갔다. “CORP PORT 330?12.” 계속되는 음성에 답안지 내용도 차곡차곡 늘어났다.
소대별 전투기량 경연대회 중 전술기동 및 전술신호서 시험이 진행된 현장이다. 대회는 실제로 4년 차 이하 초급장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실무시험을 원용(援用)한 것으로 생도들의 학습의지를 고취하고, 그동안 배운 내용을 종합적으로 발휘하고자 열렸다.
이는 실제 함정 운용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다수의 함정이 움직이다가 오른쪽으로 선회할 때 안쪽 함정은 작게, 바깥쪽 함정은 크게 돌아야 한다. 여기에 함정의 기동 능력 차이도 있다. 이 모든 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러 함정 가운데 특정 함정을 지정, 정해진 위치에서 문제없이 합류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전술기동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전술신호서도 마찬가지. 함정 간 통신이 좋지 않을 때 평문으로 하면 혼동되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 그렇기에 전술신호서로 교신한다. 당연히 각각의 신호는 의미가 다르다.
이어진 기류신호 시험은 20초간 기류를 화면으로 보여 준 뒤 맞히는 방식. 총 68장에 이르는 기류는 영문과 숫자를 조합해 상황을 전달한다. 진형 형성 시, 적 공격에 대비한 준비, 인명구조, 정찰, 정박 중에도 어떤 임무를 수행 중이라는 것을 기류를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감청 방지 등 통신이 어려울 때 유용하다. 해병대 지원 생도들을 위해서는 독도법과 작전명령 도식 해석이 별도로 진행됐다.
평가가 끝난 뒤 해군교관 임준오 대위는 “매일 전투배치훈련을 하는 등 강도 높은 교육훈련에 성실히 임하느라 고생했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열심히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생도 총원이 8개 소대로 나뉘어 겨룬 이번 대회에서는 종합점수가 가장 높은 8소대가 최우수소대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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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종합전투훈련
실제 상황 가정 전투배치…어둠 뚫고 팀워크 향상
적 함정이 우리 경계구역을 넘어 침범했다. 전투가 임박한 상황. 전술통제관이 총원 전투배치를 지시했다. 각 개소에서는 복명복창하며 부력 방탄복을 착용하고 맡은 임무에 돌입했다. 생도들의 야간 종합전투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실제 전투상황을 가정한 전투배치 팀워크 훈련에서는 그동안 배워 익힌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생도들은 함교·전투지휘실(CCC)·손상통제본부 등으로 나눠 각각 전투체계 콘솔을 운용하고, 명령을 전달하는 등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 일부 서툰 몸짓도 보였지만 열의는 최고였다. 당장 실상황에서도 한몫할 정도로 손색없었다.
적의 유도탄에 피격된 상황에서는 소방복과 양압식 공기호흡기를 착용, 화재가 발생한 격실을 차단하고 피해 최소화에 앞장섰다. 어둡고 가득찬 연무로 인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던 실습생(생도) 식당에서는 진압을 위해 과감하게 달려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함정의 손상 개소를 복구한 뒤 조함 실습 및 성분전별 실습, 강평까지 훈련은 물 흐르듯 시행됐다. 또 오후 6시부터 24시까지 쉴 틈 없이 전개된 훈련은 생도들의 전투 수행력과 리더십, 극기심을 배양하는 자양이 됐다.
야간 종합전투훈련은 앞으로 두 차례 더 펼쳐질 예정이다. 신지용 생도는 “전투기량 경연대회와 야간 종합전투훈련은 해군 장교로서 군사 전문성을 강화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며 “명예로운 소위 계급장을 향해 남은 순항훈련 기간 더욱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예 해군 장교를 위한 생도들의 꿈은 이곳 동남아시아 해상에서 무럭무럭 영글고 있었다.
인터뷰 조민성(해병중령) 순항전단 실습대장
임관 전 마지막 항해
생도들 열정 놀라워…
전천후 장교 양성 앞장
순항훈련은 임관 전 마지막 군사실습 기간이다. 생도들은 일반 항행과 작전 전술, 직무 체험, 장비 운용 실습 등 4가지 파트를 단계별로 실시한다. 종합전투훈련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초동조치 능력 등이 얼마나 갖춰졌는지를 점검하는 좋은 기회였다.
조민성(해병중령) 실습대장은 “이번 훈련은 계획된 3개의 훈련 중 첫 번째라 승조원 주도로 이뤄졌는데, 생도들이 적극 참가하고 열정적으로 임해 놀랐다”며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알고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보여 흐뭇했다. 앞으로 훈련이 진행될수록 나아지고 숙달된 모습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리핀을 떠나 진해로 향하는 마지막 구간에서는 4차 산업과 관련해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난해 결과를 토대로 미래전 교육을 할 것”이라며 “이에 따른 주제별·조별 연구를 발표해 전천후 미래 장교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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