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천만 원 미사일 vs 백만 원 드론, 이 불공정한 게임의 승부법
수천만 원 드론 격추에 수억 원 미사일
불균형 누적되면 비용의 비대칭전 초래
위협 유형·단계별 ‘가성비’ 대응 급부상
세계 시장 흐름도 ‘저가 요격 드론’ 경쟁
‘빛으로 막는 방패’ 레이저 방어무기 주목
이스라엘 ‘아이언 빔’·국산 ‘천광’ 대표적
전쟁터의 계산법이 달라지고 있다. 하늘에서는 100만 원짜리 드론이 날아오르고, 땅에서는 1000만 원 짜리 미사일이 그걸 떨어뜨리기 위해 발사된다. 싸움의 승패가 무기의 위력이 아니라 가격표로 갈리는 시대다. 예컨대 샤헤드(Shahed)-131/136과 같은 자폭드론 한 대 가격이 수천만 원 수준인 반면 이를 요격하기 위해 발사되는 요격미사일은 수억 원대로 추산된다.
공격 한 번, 방어 한 번이면 이미 손익이 뒤집히는 셈이다. 격추는 성공하더라도 장부상으론 적자다. 전투가 곧 경제 문제가 된 것이다.
비슷한 상황은 중동에서도 벌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시설을 노린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 당시 수천만 원대 저가 드론이 날아왔고, 이를 막기 위해 수억 원대 요격미사일이 발사됐다. 전술적으로는 성공했지만 비용 측면에서는 완패였다. 이처럼 전쟁의 균형이 무너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공격은 저렴한 무기로 대량 투입이 가능하지만 방어는 고가의 요격수단을 한 발씩 써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공격은 숫자로 압박하고, 방어는 예산으로 버텨야 하는 구조가 된다. 이러한 불균형이 누적되면 전장은 전투가 아니라 비용의 피로전, 곧 비용의 비대칭전으로 바뀐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만은 없다. 싸움의 논리를 바꾸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비싼 위협에는 비싼 무기체계를, 싼 위협에는 싼 무기체계를 쓰는 것이다. 무기체계에도 ‘가성비’가 필요하다. 작은 드론을 상대로 고비용의 요격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전술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손실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지금 비용 매칭(Cost matching)이라는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위협의 크기 속도·접근 거리마다 대응 수단을 달리 두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실험하는 나라다. 대공 레이다가 하늘의 움직임을 잡으면 미사일 부대가 아니라 기관총 부대가 먼저 반응하는 식이다. 도시 가까이에서는 산탄총을 든 병사들이 직접 하늘을 겨눈다. 작은 드론은 산탄으로, 큰 드론은 미사일로 위험도가 높을수록 고급 무기를 쓰는 식이다. 그렇게 계층을 나누니 요격률은 유지되면서 비용은 대폭 줄었다.
세계 시장의 흐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저비용 공격 드론의 효용이 입증되면서 각국은 ‘가성비 무기’ 경쟁에 돌입했다. 튀르키예는 저가·대량 생산이 가능한 바이란타르 TB2를 35개국에 수출하며 신흥 드론 강국으로 자리잡았고, 중국은 이룽2를 앞세워 중동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는 저비용 요격 드론 아류한겔(Archangel)을 현장 시험에 투입하며, 저가 위협에 저가로 대응하는 전략적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리플리케이터(Replicator) 프로그램을 통해 수천 대 규모의 저비용 자율 드론 전력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세계 군용 드론 시장은 2030년에 3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싸움의 기준은 기술의 복잡성이 아니라 누가 더 빠르고 저렴하게 전력을 채워 넣을 수 있는가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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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다층 방어’의 핵심은 값비싼 장비보다 효율적인 장비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레이저 방어시스템 아이언빔(Iron Beam)을 실전 배치하면서 한 발당 비용이 수천~수만 원 수준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미사일과 달리 탄약이 필요 없고, 전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격이 가능하다. 2024년 이스라엘·레바논 접경에서 이 시스템이 소형 드론 수십 대를 격추했고, ‘빛으로 막는 방패’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우리 군도 비용의 전쟁에 맞춰 방공 패러다임을 재편하고 있다. 그 상징적 결실이 바로 국산 레이저 대공무기 체계 천광이다. 천광은 전기만으로 작동해 발사 한 번당 2000원 수준의 규제 비용으로 소형 무인기와 드론을 무력화할 수 있으며, 탄약 보급과 소음 문제가 없어 도심 방어에 특히 적합하다. 운용 인원도 소수로 줄어들어 인력·유지비 측면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국방과학연구소가 공동 개발해 실전 배치된 천광은 고비용 요격무기가 초래하던 구조적 취약성을 직접적으로 보완한다. 다만 천광의 도입이 곧 만능 해결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 방위사업청이 추진 중인 출력 증대 사업처럼 기술 고도화가 병행돼야 하는 한편 운용 장병의 숙련도 확보 및 기존 감시·요격체계와의 통합 운용도 중요하다.
또한 레이저 무기는 기상 조건(비·안개·먼지 등)과 전력공급 환경에 민감하고, 장거리 고속 표적에는 아직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천광은 단독 무기가 아니라 전파교란 킬러드론·요격미사일로 구성된 다층 방어의 축(軸)으로 배치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그것이 곧 ‘어떤 위협에 어떤 비용으로 대응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해법이다.
결국 승부는 기술력만이 아니라 회계력에서 난다. 방어 효율을 계산할 줄 아는 나라가 진정한 전쟁의 주도권을 가진다. 과거엔 미사일 사거리와 정확도가 자랑거리였지만, 지금은 한 발에 얼마 드느냐가 더 중요한 수치가 됐다. 싸움은 여전히 기술의 경쟁이지만 이제는 비용의 경쟁이기도 하다. 예산과 전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적절한 선택을 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전략이다.
우리는 종종 첨단이 곧 ‘강력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드론 시대의 현실은 다르다. 단순하고 싸지만 실용적인 무기가 오히려 더욱 위협적이다. 산탄총, 전자전 장비, 심지어 그물형 포획 드론까지 이제는 이런 장비들이 방공의 주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값비싼 미사일보다 현장에서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훨씬 현실적이다. 전장은 복잡해지고 있지만 해답은 오히려 단순해지고 있다.
싸움은 여전히 하늘에서 벌어지지만 이길 수 있느냐의 답은 땅 위에서, 그리고 장부 위에서 결정된다. 하늘을 메운 드론의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드론 한 대를 얼마나 싸고, 효율적으로 떨어뜨리느냐다. ‘가성비의 전쟁’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다음 회에서는 그 해법의 상징처럼 떠오른 무기, 바로 산탄총이 첨단 미사일보다 드론 잡기에 유리한 이유를 살펴본다. 가장 단순한 무기가 어떻게 가장 똑똑한 방어 수단이 됐는지, 그 놀라운 이야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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