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혁신에 대한 소고

입력 2025. 11. 24   14:37
업데이트 2025. 11. 2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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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호 소령(진) 육군3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송진호 소령(진) 육군3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군사혁신은 전쟁 수행 패러다임의 혁명적 변화다. 군사혁신을 연구해 온 학자들은 여러 관점에서 이를 분류해 왔다.

첫째, 거시적 혁신과 점진적 혁신으로의 구분이다. 거시적 혁신은 전쟁 수행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전환하는 대대적인 변화를, 점진적 혁신은 기존 체계 내에서 기능이나 성능을 향상하는 점진적 개선을 의미한다. 둘째, 내부적 혁신과 외부적 혁신으로 나뉜다. 이는 군사혁신의 동인이 군 내부의 자생적 변화인지, 군 조직의 필연적 ‘타성(inertia)’으로 인해 정치지도자 등 민간 부분의 개입으로 발생한 것인지를 기준으로 나뉜다. 셋째, 개념 중심적 혁신과 기술 중심적 혁신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군사개념과 운용방식의 변화가 혁신을 주도한다고 보지만 후자는 기술 발전이 혁신의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필자는 무기 발달사와 군사혁신의 상호 불가분 관계를 고려할 때 기술 중심적 혁신이 군사혁신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신무기체계의 발명을 촉진하고 이는 전투 발전요소(DOTMLPF), 즉 교리(Doctrine), 군 조직(Organization), 교육훈련(Training), 물자(Material), 리더십(Leadership), 인사(Personnel), 시설(Facility)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내연기관의 발명이 있다. 내연기관의 등장은 전차, 장갑차, 전투기, 자주포 등 다양한 무기체계 개발을 가능케 했다. 이에 따라 교리적 측면에선 참호전을 기반으로 한 소모전에서 전격전 중심의 기동전으로 전환됐다. 군 조직적 측면에서는 기갑사단(Panzer Division)이 창설됐고, 교육훈련 측면에선 보병·포병·기갑·항공 간 유기적 협력을 위한 합동훈련이 시행됐다.

다른 사례는 핵기술의 등장이다.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생산 가능성은 핵무기 개발로 이어졌다. 이와 연계해 이를 투발하기 위한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무기체계가 등장했다. 교리적 측면에선 대량보복, 유연반응, 상호확증파괴, 맞춤형 억제 등 새로운 핵 억제전략이 수립됐고, 군 조직 측면에서는 핵무기 운용을 담당할 전략사령부가 창설됐다. 시설 측면에선 핵미사일 사일로와 핵벙커 같은 핵 방호시설이 구축됐다.

이러한 사례들로 군사혁신을 과학기술 발전의 필연적 귀결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군사혁신의 궁극적 목적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전쟁 수행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전환함으로써 적의 예상을 뒤엎어 적에게 심리적 충격과 마비를 주는 것이다. J. F. C. 풀러는 저서 『기계화전』에서 과거엔 농업인구 중 가장 건실하고 신뢰성 있는 자를 징집했다면 내연기관이 발달한 당시는 자동차·트랙터·항공기를 운용하고 기계를 다룰 수 있는 기술인력을 징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술 발전이 군 인력 구성의 변화를 요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오늘날 민간에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과학기술을 널리 활용하고 있다. 우리 군은 이러한 과학기술을 도입해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우리 군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적에게 충격과 마비를 선사하기 위한 실질적 군사혁신을 꾀하려면 기술을 보유하는 것에만 그쳐선 안 된다. 그 기술을 잘 활용할 인재를 기르고, 인원의 효율적 배치는 물론 어떤 방식으로 기술을 군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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