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의 위기: 병력 감축과 간부 이탈

입력 2025. 11. 24   14:37
업데이트 2025. 11. 2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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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최근 대한민국 군은 병력 감소와 간부 이탈, 가속화하는 부대 해체·통합 등 급격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6년 새 상비병력 11만 명이 줄며 45만 명으로 감소했고, 17개 사단급 이상 부대가 해체·통합됐다. 국방부와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필요한 최소 병력 50만 명보다 5만 명이나 부족한 상황에 놓여 있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가 변화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해결책도 쉽지 않다.

간부 이탈도 심각하다. 올 상반기 희망전역을 신청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군 간부는 총 2869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 최근 4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초급간부 지원 비율도 크게 줄어 사관생도 확보나 학군사관후보생(ROTC) 지원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사관 선발률 역시 크게 하락해 전문적인 전투 수행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원인으로는 군 위상 저하, 처우 개선 부진, 타 유사직군 대비 낮은 임금 등이 꼽힌다.

최근 전 세계는 전쟁 위험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던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등장 이후 ‘각국 방위는 국가별로 알아서 하자’는 태도로 돌변했고 유럽, 중동 등에서 국지적 전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과 패권 대결 중인 중국은 연일 대만 상륙작전을 훈련 중이고, 이를 비판한 일본까지 군사적 위협을 서슴지 않고 있다. 실제 대만 침공이 일어날 경우 우리도 군사적 충돌 위험이 현실화할 수 있다. 이러한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강력한 군대 위용을 과시해 북한이든 중국이든 ‘감히 도발할 수 없겠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 주는 일이다. 전쟁 억지력은 결국 강력한 군대와 군사력에서 나온다.

이런 시기에 간부 사기가 떨어졌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혹자는 우리나라 첨단 무기가 강력해 걱정할 것 없다고도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지난 10여 년간 엄청난 기술적 성장을 이뤘다. 주력 전차인 K2, 주력 자주포 K9, 천궁 등 첨단 미사일, KF-21 같은 전투기는 물론 첨단 잠수함까지 세계 각지로 수출돼 그 위력을 과시 중이다. 그러나 첨단 무기를 운용하는 간부가 이탈하고 군 전체 사기가 떨어진다면 모두 무용지물이다.

정부와 군 당국은 간부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증액안을 내놨으나 실질적 반영이 미비해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병사들의 복무기간이나 처우 개선이 급격히 개선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은 간부 이탈을 가속화한다. 초급·중견간부의 대량 이탈은 전문인력 기반 약화로 이어지고 첨단 무기체계 도입의 효율성 저하, 군 조직의 사기와 전문성 하락 등이 예견된다. 강군은 첨단 무기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그것을 운용하는 군인의 사기로 완성된다.

최근 중국은 자폭드론, 전투로봇 등을 대량 생산하면서 전쟁 양상을 바꾸고 있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군사적 불균형은 언제든 전쟁을 불러올 수 있다. 수십 년간 평화를 즐기던 유럽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다급하게 군사력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군 병력 부족과 간부 이탈은 군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안보 리스크다. 전문가들은 처우 개선, 직업 경로 확장, 경력 발전 등 총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사기 진작도 중요하다. 국가 안위를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지금은 우리 국민이 온 마음을 모아 군을 돌볼 때다. 그래야 그들이 우리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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