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책 앞 지키던 그 손 판금 다듬는 금손으로... 안 되면 될 때까지 기술은 배신 않기에

입력 2025. 11. 24   17:02
업데이트 2025. 11. 24   17:13
0 댓글

좋은 일(job)이 생길 거야 
부사관 전역 후 자동차 판금 테크니션으로 자리 잡은 김지성 예비역 육군중사


늘 좋아했지만 전문지식 부족했던 車 
SK 뉴스쿨서 인생 2막 기회 얻고 열공
차체수리기능사·보수도장기능사 취득

군서 배운 ‘팀워크’, 사회서도 큰 무기

작은 실천 꾸준히 쌓으니 길 열리더라
‘완벽복원’ 신뢰 무장한 기술자 되고파

 

육군중사에서 자동차판금도장 테크니션으로 변신한 김지성 씨의 작업 모습. 사진 제공=SK 뉴스쿨
육군중사에서 자동차판금도장 테크니션으로 변신한 김지성 씨의 작업 모습. 사진 제공=SK 뉴스쿨



철책 앞에서 밤을 새우던 한 청년은 전역 후 전혀 다른 세계로 뛰어들었다. 육군28보병사단에 근무하며 국민의 안전을 지킨 김지성(27) 예비역 육군중사 얘기다. 최전방에서 국민을 지키던 그는 이젠 손끝 하나로 망가진 차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자동차 판금 테크니션이 됐다.

김지성 씨는 군 복무 때 배운 책임감·끈기·임무 완수의 태도가 결국 지금의 삶을 이끌었다고 말한다. 포반장과 일반전초(GOP) 영상감시 분대장으로 근무했던 그는 혹한과 폭우에도 임무에 집중했다.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훈련 때 눈 속을 달리는 동안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도 ‘죽더라도 끝까지 한다’는 마음으로 버텼어요. 그 경험이 지금도 제 삶의 바닥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군 생활은 단순히 시간을 채우는 과정이 아니었다. 상명하복, 규율, 협동이라는 틀 속에서 그는 사람 사이의 신뢰가 어떤 의미인지, 팀 전체가 움직일 때 어떤 힘이 생기는지 체감했다.

“적막한 새벽 초소에서 같이 근무를 서던 전우들이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함께 버티고, 함께 끝냈던 경험이 지금의 현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져요. 결국 일은 ‘혼자 잘하는 사람’보다 ‘같이 믿고 가는 사람’이 강하더라고요.”

전역 후 진로 고민은 길지 않았다. 자동차는 늘 좋아하는 분야였지만, 전문지식은 없었다. 그저 ‘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다. 그러던 중 제대군인지원센터 상담관의 추천으로 SK 뉴스쿨 자동차판금도장과를 알게 됐다.


자동차판금도장 테크니션으로 전직한 김지성 씨.
자동차판금도장 테크니션으로 전직한 김지성 씨.



“비전공자라 처음엔 고민이 많았습니다. 뉴스쿨 수료생들의 이야기를 보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군에서 버틴 것처럼 여기서도 버티면 길이 열리겠다고 믿었습니다.”

뉴스쿨 입학 후 첫 한 달은 그야말로 낯선 단어와 싸우는 시간이었다. 공구 이름도 어려웠고, 판금 과정의 기본조차 버거웠다. 하지만 그는 군에서 몸에 익힌 방식대로 접근했다.

“안 되면 다시, 또다시. 반복하고 몸에 넣는 법이 군에서 배운 가장 확실한 방식이었거든요. 하루 종일 실습하고, 손에 감각이 생길 때까지 계속 잡고 있었어요.”

어느 날 처음 맡은 차량이 자신의 손끝을 거쳐 원래 모습을 찾아갔던 순간 그는 이 길이 ‘직업’을 넘어 ‘자신의 일’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판금은 거짓말을 못 합니다. 손이 정직해야 결과가 나옵니다. 고쳐 놓은 차가 고객에게 돌아갈 때, 그 차에 타는 사람의 안전까지 책임지는 일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현재 그는 아우토플라츠 폭스바겐 판교에서 판금 테크니션으로 일하고 있다. 사고차량을 진단하고, 차체 손상을 판금하고, 도장공정을 거쳐 차량을 안전하게 복원하는 역할을 한다.

“차량 손상은 다 똑같아 보이지만 실제론 전혀 다릅니다. 충격 방향, 강도, 차체 구조에 따라 손상 패턴이 달라요. 정확하게 보고, 그 자리에서 판단해 손을 대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책임감과 집중력은 필수고요.”

그는 뉴스쿨에서 자동차차체수리기능사와 자동차보수도장기능사를 취득했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실기 준비를 하며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연습하고, 주말에도 기본작업을 반복했다.

“비전공자였기에 더 많이 부딪히고 더 많이 틀렸어요. 그만큼 배웠고, 그 과정 자체가 성장의 시간이었다고 느낍니다.”

직장생활에서도 그는 ‘기술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체감한다. 한 대의 차량이 입고돼 출고되기까지 수많은 손길이 닿는다.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지 않으면 완성도 높은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군에서 배운 팀워크가 가장 큰 자산입니다. 차량 복원은 혼자선 절대 못 합니다. 판금, 도장, 정비가 모두 연결돼 있어요. 서로 믿고 맡겨야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그의 목표는 단순하지만 단단하다.

“손상을 정확히 진단하고 완벽히 복원하는, 이름을 들으면 신뢰할 수 있는 기술자가 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저처럼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길도 갈 수 있다’고 말해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전역을 앞둔 후배 장병들에게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두렵더라도 괜찮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겁니다. 작은 변화와 작은 실천을 계속하면 어느 순간 실력이 쌓이고 길이 열립니다. 군에서 병장이 되듯 사회에서도 그렇게 성장합니다. 우선 시작하세요. 그게 전부입니다.”

군에서 다진 끈기와 책임감은 그에게 단순한 ‘경력’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여는 기반이 됐다.

철책의 새벽을 버틴 청년은 이제 손끝에서 생명을 되찾는 자동차를 되살리며 또 다른 책임을 다하고 있다. 포기하지 않는 태도는 결국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다는 것을 매일 증명하며 살아간다. 조수연 기자

* SK 뉴스쿨은
‘불안했던 시간, 이제는 성장의 시간’을 슬로건으로 한 SK 뉴스쿨은 청년들이 전문직업인으로 자립하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청년 직업교육기관이다. 교육비 전액 무료, 생활·주거 장학 지원, 실무형 커리큘럼, 전문강사진, 기업 인턴십 기회, 소수 집중교육 등이 강점이다. 올해는 다음 달 1일부터 14일까지 2026년도 신입생을 모집한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