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경제 이슈
정년 연장 vs 청년 고용?…논의 핵심은
국민 20%가 65세 이상 초고령사회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계속 줄어
국민연금 수급 개시 60세→65세로
‘소득 공백기간’ 생겨 정년 연장 추진
청년 고용률 감소세…세대갈등 우려
미래에 대한 경제적 불안은 세대초월
2030 직장인 10명 중 7명 연장 찬성
갈등 아닌 연대로 ‘상생 방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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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란 드라마의 인기가 높습니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우리 사회와 기업 조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등의 축소판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일례로 서울 본사에서 공장으로 좌천된 김 부장이 해고 대상으로 공장 직원 20명을 추려야 할 때 세대갈등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중·장년층 근로자는 앞으로 몇 년은 더 부양해야 할 자녀와 주택담보대출금의 무게를 내세워 본인이 해고 대상이 될 순 없다고 주장합니다. 청년들은 아직 젊으니 더 기회가 많지 않냐고도 하죠.
반면 2030세대 근로자는 기성세대가 20대였을 때와 달리 이제 취업 기회는 현저히 적고 직장 생활 진입마저 늦어졌는데 왜 우리가 먼저 나가야 하냐고 묻습니다. 일도 우리가 더 ‘빠릿빠릿’ 잘한다고 따지면서 말이죠.
‘정년 연장’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보면 이 같은 갈등을 쉽게 떠올리게 됩니다. 법정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는 것은 진정 청년 고용 확대라는 목표와 양립하기 어려운 것일까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추진 중인 법정 정년 연장안부터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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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65세 정년 연장 관련 법안 12개 발의
민주당은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법정 정년을 65세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제19조를 개정하는 것입니다.
이 안은 2026년 61세를 시작으로 2027년 62세, 2028년 63세, 2029년 64세로 매년 1세씩 늘어나 2033년에 65세 정년이 완성되는 단계적 상향을 골자로 합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고용 연장 관련 법안은 모두 12개인데, 이 가운데 2개는 자녀가 2명 이상인 근로자에 대해 정년을 연장하거나 재고용하도록 하는 법안이고요.
나머지 10개 법안은 전체 근로자의 고용 연장을 규정한 법안입니다. 이 중 9개의 법안에는 법적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고, 마지막 1개에는 사업주가 정년 연장이나 퇴직 후 재고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공포되면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입니다.
늘어나는 65세 이상 인구…소득절벽 막아라
한국은 지난해 말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2024년 12월 23일 기준으로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1024만4550명입니다. 이는 전체 주민등록인구(5122만 1286명)의 20%로,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생산연령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2년 3674만 명에서 2032년 3342만 명으로, 10년 새 332만 명이 감소할 전망입니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인구는 1985만 명에서 1460만 명으로 4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국민연급 수급 개시연령(2033년 65세)까지 길게는 5년 동안 생기는 ‘소득 크레바스(은퇴 후 소득 공백기간)’로 인한 소득절벽은 정년 연장 찬성론의 주요 근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법정 정년 60세는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60세)을 염두에 두고 설정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즉,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노후대비, 노인 복지 등과 맞물려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13년 61세로 늦춰지기 시작해 5년마다 1년씩 미뤄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63세이고, 2028년부터 64세, 2033년부터는 65세가 됩니다. 따라서 법정 정년이 60세에 계속 머물러 있을 경우 특정 세대는 최대 5년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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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연금수급 연령 늦춰…사실상 정년 연장
일본은 2013년 ‘정년 이후 고용유지’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당시 개정된 고령자고용안정법에 따라 일본의 모든 기업은 60세 정년을 유지하되 정년 이후에도 희망 여부에 따라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여기에 2021년 법 개정을 통해 70세까지 취업확보 조치를 취하도록 했는데요. 즉, 기업이 65~70세의 취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정년 연장, 정년제 폐지, 계속고용 제도 도입 등의 노력을 하도록 한 것입니다.
독일은 표준 연금수급 연령을 기존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방안을 2007년 단행했습니다. 2012년부터 18년에 걸쳐 연도별로 1개월 내지 2개월씩 연장하는 방식인데요. 표준 연금수급 연령은 공적연금을 감액 없이 받을 수 있는 연령으로, 독일에서는 표준 연금수급 연령이 기업 정년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법정 연금수급 연령을 기존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고 있습니다. 법정 연금수급 연령은 우리나라처럼 법적 정년을 뜻하지 않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선 연금수급 연령이 사실상 은퇴 기준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세대갈등 아닌 인사·고용 시스템 개편이 핵심
정년 연장 논의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공론화가 됐거나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선 청년 고용지표가 보내는 신호가 심상치 않아 논의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지난 10월 청년(15~29세) 취업자는 16만3000명이나 감소했습니다. 모든 연령대 중에서 가장 크게 줄었죠. 고용률도 44.6%로 1년6개월 연속 하락했습니다.
특히 정년 보장 일자리(공공·대기업·정규직)는 청년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아 정년 연장 자체가 신규 진입자에겐 장벽이 될 수 있는데요.
기업 입장에서도 정년 연장 시 고용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국내 기업은 대개 근속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오르는 구조여서 정년이 늘면 그만큼 인건비가 늘어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청년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생겨나는 것이죠.
정부는 정년연장 논의와 관련, 세대상생형으로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 열린 간담회에서 정년연장 문제와 관련, “핵심 키워드는 세대 간 충돌하지 않는, 세대 간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김 장관은 “아빠, 엄마가 정년 연장이 되고 자식이 취업을 하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도 했죠.
미래에 대한 경제적 불안감은 세대를 불문하고 찾아옵니다. 최근 리멤버앤컴퍼니가 직장인 1037명을 대상으로 정년 연장 인식 조사를 한 결과 2030세대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정년 연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멤버 관계자는 “청년세대 역시 정년 연장을 더 이상 기성세대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와 직결된 세대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정년 연장 논의는 세대갈등이 아니라 기존 인사, 고용 시스템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개편할 것인지 초점을 맞출 때 보다 발전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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