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빌어요

입력 2025. 11. 21   16:00
업데이트 2025. 11. 2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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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찬 육군중사 UAE 군사훈련협력단
강상찬 육군중사 UAE 군사훈련협력단



‘행운을 빌어요’. 가장 좋아하는 밴드 ‘페퍼톤스’의 노래 제목이다. 평소에도 자주 들었지만, 요즘 따라 그 말이 유난히 마음에 남는다. 파병을 앞둔 지금, 가장 필요한 말인 것 같다. 단순히 “잘 다녀와”라는 인사보다 “행운을 빌어요”라는 말에는 묘한 온기와 진심 어린 응원이 담겨 있다. 

솔직히 말하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파병’이란 단어가 주는 무게는 생각보다 크다. 새로운 환경과 낯선 언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 ‘과연 잘해 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고개를 든다. 그 두려움은 아마 대부분의 장병이 출국을 앞두고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일 터. 중요한 점은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그 너머로 어떤 다짐을 할 것인가’라고 생각한다.

군인의 삶은 언제나 ‘준비’와 ‘책임’의 연속이다. 지금까지의 훈련과 경험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앞으로 마주할 임무로 증명해야 한다. 개인의 불안을 이겨 내고 아크부대 일원으로서 하나 돼 함께 임무를 완수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군인의 모습이라고 믿는다.

이번 파병은 자신을 시험하고 성장시킬 좋은 기회이자 국가를 대표하는 군인으로서 자세를 다시 점검하고 다듬는 시간이라고 여긴다. 파병 선발 이후 주변에서 “몸 건강히 다녀와라” “보고 싶을 거야”와 같은 말을 자주 듣는다. 짧지만 그 인사 속에는 진심 어린 응원이 담겨 있다. 누군가의 짧은 한마디가 이렇게 큰 힘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나 역시 함께 파병을 준비하는 부대원에게 그런 마음을 전하고 싶다.

서로의 행운을 빌어 주고, 서로에게 버팀목이 돼 주는 마음이 있다면 어떤 낯선 환경에서도 우리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서로의 행운이 돼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전우애이자 우리가 함께 나아가는 힘이라고 믿는다. 출국이 다가올수록 사소한 것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평범했던 일상, 익숙한 풍경, 사랑하는 가족들. 이 모든 것과 잠시 멀어지더라도, 그 모든 기억이 나를 지탱해 줄 힘이 될 것이다. 파병지에서도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자부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행운을 빌어요”라는 말은 결국 스스로에게 건네는 다짐이기도 하다. 두려움을 인정하되, 그 두려움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약속이다. 부디 우리 모두 맡은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다시 웃으며 돌아올 수 있는 ‘행운’이 함께하길 바라면서 마지막 노래 가사로 마무리하겠다.

“긴 여행의 날들 끝없는 행운만이 그대와 함께이길!” 아크부대, 알라드 라카(아랍어로 ‘행운을 빌어요’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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