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2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국제적 행사로, 21개국 정상과 6000명의 각국 인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큰 행사였다. 회담 내내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고,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화려한 회담의 뒤편에는 현장 곳곳에서 대한민국 국군의 최정예 위험성폭발물개척팀(EHCT)과 폭발물처리반(EOD) 요원들의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지원이 있었다.
현대전 양상은 점점 비대칭화되고, 전면전보다 소규모 분쟁, 비정규전, 예측 불가능한 테러 양상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급조폭발물(IED)이 존재한다. IED는 단순한 폭탄이 아니라 적의 의도와 창의성이 결합한 잔인하고 위협적인 존재다. 공병 부사관으로 다년간 경험을 토대로 IED의 위협은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목전에 놓인 위협임을 체감했다.
대한민국의 지형, 사회 인프라,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역시 IED 공격에 충분히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특수전 병력이나 테러 단체 등 소규모 침투세력에 의한 비대칭 위협은 전쟁이 아닌 평시에도 사회기반시설, 군사시설, 도심 교통로, 병참로, 주요 행정기관 등 모든 곳을 잠재적 취약지대로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북한은 파병에서 축적한 IED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대한민국은 안전하다’는 뿌리 깊은 안일함이 존재하고 있다. IED 대응이 해외파병부대나 일부 특수부대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공병, 군사경찰, 화생방, 정보 등 각 병과가 협동해야 한다.
최근 군에서는 IED에 대한 대응을 위해 장비 도입과 교육과정 신설로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지만 절실한 것은 ‘위험을 인지하고 상상하는 능력’과 전군 차원의 실질적인 대응 교육이다. 실제로 유엔 평화유지군은 임무 투입 전 소양 교육의 개념으로 위험성 폭발물 인지교육(EHAT)을 투입 요원 모두에게 실시하고 있다.
군 내에서도 지난 6월 육군 공병실과 유엔지뢰행동기구(UNMAS) 주관으로 자운대에서 교육이 실시됐다. 공병으로서 전문지식보다 병 기본 훈련에 가까운 내용으로 앞으로 우리가 직면할 현대 전장에서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교육이었다. 이를 실제 병 기본 훈련에 접목하고 최신 위협 사례와 신형 IED 동향 등을 즉각 반영한다면 현대 전장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 대한민국은 IED에 대한 큰 피해를 경험해 보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이라는 말은 결코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IED 위협이 실재함을 상상하고 대비하는 것이 국민과 국가의 안전과 군의 작전능력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IED로부터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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