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손님, 행복을 전하는 혈관

입력 2025. 11. 19   15:12
업데이트 2025. 11. 1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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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진 상사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
홍영진 상사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



“옛날에는 반가운 손님을 알리는 것이 까치였다면, 요즘 반가운 손님을 알리는 것은 택배다.” 까치가 좋은 소식을 물어다 주던 것처럼 오늘날 장병들에게는 작은 택배상자가 하루의 피로를 씻어 주고 다시 힘을 내게 하는 반가운 손님이자 활력소다. 

나 역시 무엇보다 기다려지는 순간은 원하는 보급품이 도착하는 날이다. 훈련으로 닳아 해진 군화와 군복을 교체하거나 새로운 교리 문헌을 전해 주는 힘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다. 주문해 배송된 물건이 아니라 ‘국방 유지를 위해 상시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만큼은 작은 상자 하나가 우리에게 큰 위로이자 희망이다.

군의 보급체계는 간단한 물류가 아니다. 그것은 ‘군의 혈관’이다. 인체 혈관이 온몸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듯이 보급부대는 최전방 깊은 산속에서 고된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에게 필요한 물자를 제때 흘려보낸다. 혈액이 멈추면 몸이 살아갈 수 없듯이 보급이 끊기면 부대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보급부대의 역할은 그만큼 군 전체를 지탱하는 생명줄과 같다.

특히 오늘날 군의 보급은 민간 택배 못지않은 신속함과 정확성을 자랑한다. 한 부대에 물자가 부족하면 다른 부대에서 즉시 요청받아 곧바로 연결해 준다. 짧은 시간 안에 필요한 보급품이 도착하는 모습을 보면서 쿠팡·새벽배송이 부럽지 않을 정도의 ‘군의 보급 속도’를 체감했다. 이 효율성은 편리함을 넘어 전투 현장에서 장병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가치다.

보급의 진정한 의미는 ‘빠르고 정확한 배송’에만 있지 않다. 시스템 안에서는 ‘장병 하나하나 혈관으로 이어지는 생명력’이 담겨 있다. 우리가 받은 피복류와 교리 문헌, 때로는 충전지까지 모든 것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손길이 연결돼 있다. 누군가는 재고를 확인하고, 누군가는 창고에서 무거운 상자를 포장·운반하고, 누군가는 먼 길을 운전해 부대로 전달한다. 결국 주문자의 손에 닿는 것은 단순한 택배가 아니라 수많은 담당자의 땀과 정성이 깃든 격려의 상징이다.

군 복무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도전의 연속이지만, 그 안에서 ‘반가운 손님’을 맞이할 때 우리는 새로운 힘을 얻는다. 기다림의 끝에 만나는 택배상자는 전투태세를 취할 수 있는 희망이 되기도 한다.

보급부대는 오늘도 쉼 없이 움직인다. 장병들의 하루가 지치지 않도록, 군이라는 거대한 몸이 멈추지 않도록 혈관처럼 물자를 흐르게 한다. 감동받았던 것도 바로 이 점이었다. 군을 지탱하는 근본은 보급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군이라는 거대한 몸을 지탱하는 혈관이자 병영 속 희망을 전하는 가장 반가운 손님은 바로 보급부대 장병과 군무원분들이다. 그들의 헌신이 오늘도 군을 움직이고 대한민국을 지켜 주시는 것에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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