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결단이 ‘마지막 연결점’이다

입력 2025. 11. 19   16:33
업데이트 2025. 11. 19   16:41
0 댓글

『넥서스』를 읽고


진현철 중령 해군군수사령부 품질관리처
진현철 중령 해군군수사령부 품질관리처

 


유발 하라리의 저서들은 언제나 ‘인간은 무엇으로 연결돼 있는가’를 탐구해 왔다. 『사피엔스』는 인류가 ‘이야기’로 협력하게 된 과정을, 『호모 데우스』는 인간이 신의 자리를 향해 나아가는 욕망을,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급변하는 현실 속 인간의 분별력을 다뤘다. 최근작 『넥서스』는 이 모든 논의의 종착점처럼 정보와 네트워크가 인간과 사회, 권력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하라리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핵심은 ‘정보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그는 문명 초기의 구전과 기록, 종교와 문서, 오늘날의 디지털 데이터까지 모든 시대의 권력은 정보 흐름을 장악한 자에게 있었다고 말한다. 『넥서스』는 이를 인공지능(AI) 시대까지 확장시켜 “AI가 인간의 판단을 대신하는 순간 인간은 스스로의 통제권을 잃는다”고 경고한다.

군 조직의 입장에서 이 주장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정보는 전장의 생명줄이며, 지휘관의 판단은 언제나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점점 판단을 시스템에 위임하고 있다. 자동화된 분석, AI 기반 예측이 늘수록 인간은 스스로의 사고를 덜 사용하게 된다. 『넥서스』는 바로 그 지점에서 묻는다. “정보의 정확성이 인간의 통찰보다 중요해지는 순간, 조직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라리의 경고 중 인정해야 할 부분은 명확하다. 그는 기술의 중립성을 부정한다. 기술은 사용 주체의 가치관에 따라 얼마든지 권력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김영사 펴냄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김영사 펴냄



군 조직도 마찬가지다. 정보체계는 효율을 극대화하지만, 동시에 판단 주체를 기계에 넘길 위험성을 안고 있다. 지휘관의 결단, 전우를 향한 신뢰, 윤리적 판단과 같은 인간적 가치가 사라질 때 조직은 기계처럼 작동하되 생명력을 잃는다.

재고해야 할 부분도 있다. 『넥서스』는 인간의 감정과 관계, 헌신 같은 비가시적 요소를 ‘정보 네트워크’라는 틀 안에서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군대라는 조직은 효율보다 신뢰와 헌신으로 유지된다. 알고리즘은 명령을 전달할 수 있지만, 동료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순 없다. 결국 정보만으로는 조직을 움직일 수 없으며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과 판단하는 인간이 있다.

『넥서스』는 군 조직에도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AI와 자동화된 시스템이 지휘통제의 영역을 넓혀 가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남겨야 할 것인가? 하라리는 기술이 인간을 강화할 수도, 인간을 대체할 수도 있다면서 그 경계를 지키는 건 결국 윤리와 책임의식이라고 얘기한다.

이 책을 덮으면서 정보가 곧 전투력이 되는 시대일수록 더 깊은 인간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꼈다. 『넥서스』는 단순한 미래 경고가 아니라 우리 각자가 생각하는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지를 묻는 거울이다. AI가 분석하지 못하는 인간의 양심과 결단, 그것이야말로 조직을 지탱하는 마지막 연결점 『넥서스』일 것이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