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

입력 2025. 11. 19   16:34
업데이트 2025. 11. 1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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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의 길, 용기 낸 사람에게만 보입니다
실명 뒤 유학, 하버드 거쳐 월가로…11년 차 작가 3번째 에세이집

화려한 성공담 아닌 일상의 도전·행복 담아…독자에게 위로 전해
"투자와 인생은 모두 장기전…하고 싶은 일 가능케 하는 방법 찾으세요"


안 될 것 같은 일이라도 한번 해 보는 것과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든다. 이를 자신의 삶에서 몸소 증명해 온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의 3번째 에세이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가 출간됐다.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


아홉 살에 완전히 시력을 잃은 그는 어머니의 권유로 피아노를 배웠고, 열다섯 살에는 홀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시각장애인으로선 세계 최초로 공인재무분석사(CFA)를 취득해 31년째 미국 월가에서 애널리스트로 재직 중이다. 책은 화려한 성공담이 아닌 가족 관계, 투자·경제 이야기,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는 현실과 사회 등 사소한 일상생활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며 발견한 삶의 의미를 진솔하게 전한다. “요즘 세상의 많은 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느끼는데, 이럴 때일수록 더욱 소중한 것들에 집중해 그것을 잊지 말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저자의 신념이기도 한 신간 제목은 그가 고등학교에서 양궁을 배울 때 선생님에게서 들은 말에서 비롯됐다. 시각장애로 인해 양궁을 배우는 게 불가능하다고 여기자 선생님은 “못 하는 게 아니라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며 그를 이끌었다. “이 문장을 뚜렷하게 들려주신 건 선생님이지만, 사실 돌이켜 보면 외부로부터 불가능하다고 단정지어지는 순간이 많았기에 일단 해 보자는 자세는 그전부터 자연스레 몸에 뱄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어려운 순간이 올 때마다 그를 한 발씩 나아가게 했다. 돌아보면 실패조차 배움이 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큰 변화를 겪으며 단단하게 성장해 온 그의 인생에도 유독 힘들었던 두 순간이 있다고 말한다. JP모건 입사 4년 후 갑작스레 찾아온 감원, 아내가 난임과 유산을 겪던 때다. 이 모든 과정에서 힘이 돼 준 아내가 바로 그의 삶을 단단히 지탱해 준 존재였다고 곱씹는다.

그래서일까. 책의 첫 장에선 자연스레 가족 관계를 다룬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두 자녀가 성인이 되면서 부모로서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선 저자는 아버지로서의 솔직한 고민과 심경을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애널리스트로서 예측과 분석이 익숙한 그에게도 자녀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영역인가 보다.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 판미동 펴냄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 판미동 펴냄



“이제는 ‘어린아이와 보호자’에서 ‘성인 대 성인의 수평적 관계’로 이동하는 시기죠.” 

자녀의 선택이 그가 생각하는 ‘최선’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길을 찾도록 지켜봐 주는 게 부모의 몫이라고 말한다. 잦은 근무지 이동 등으로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자녀 교육에 고민이 많은 군 간부들이 귀담아들으면 좋을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 자녀 옆에서 그 길을 응원하는 것처럼 자신의 삶 역시 수많은 사람의 믿음과 지지로 만들어졌다고 그는 얘기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스스로 ‘SELF-MADE(자수성가)’라고 표현하지만 저는 ‘OTHERS-MADE(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사람)’입니다. 부모님, 선생님, 동료 등 주변의 도움으로 지금의 제가 될 수 있었죠.” 보육원 출신 아이들을 돕는 ‘야나 미니스트리(YANA Ministy)’를 설립한 것도, 시각장애인 음악가를 지원하는 벨라음악재단의 후원회장이 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평생 도움을 받고 살아왔기에 이제는 누군가에게 베풀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그는 신간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장으로 ‘사람은 자신을 품어야 어른이 된다’를 꼽았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을 올바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감추지 않고 온전히 품을 수 있는 ‘자기 사랑’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벌써 11년 차 작가가 된 그는 “이제 독자들에게 힘과 위로를 건네는 글을 본격적으로 쓰고 싶다”며 오늘날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삶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투자와 인생은 모두 장기전입니다. 눈앞의 큰 수익을 놓칠까 두려워하는 마음보다 자신의 방향성을 갖고 꾸준히 향하는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애널리스트로서 부유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 온 그는 “돈을 기준으로 했을 때 만족은 끝이 없다”고 말한다. 삶의 기준을 돈이 아니라 나만의 가치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할 수 있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는 삶을 ‘그저 버티며 살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중한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어려움 속에서도 삶의 의미와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책은 정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함께 가능성을 찾아가는 길을 안내한다. 그의 삶이 보여 주듯이 믿음의 태도는 삶을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먼 곳까지 데려다줄 것이다. 김세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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