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선율 바그너, K오페라 도약 이정표 되길"

입력 2025. 11. 18   16:45
업데이트 2025. 11. 1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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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트리스탄과 이졸데’ 초연
바그너 예술의 정점 작품, 한국 관객에 첫선
‘사랑과 죽음’ 바그너식 음악으로 풀어낸 대작
“공연시간만 5시간…깊은 예술적 경험 누릴 것”
슈테판 메르키 연출가 등 세계적 제작진 총출동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포스터.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포스터.


“바그너의 음악은 도대체 어디에서 끝나고 시작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무한 선율인 셈이죠. 이처럼 바그너의 선율은 끝없고 파도처럼 흐르는 것이 특징입니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바그너의 대작 공연이 한국 오페라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이정표가 되길 바랍니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17일 서울 중구에 있는 더플라자호텔 루비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한국 초연에 대한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최 단장을 비롯해 정재왈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얍 판 츠베덴 지휘자, 슈테판 메르키 연출가, 주역 가수인 테너 스튜어트 스켈톤(트리스탄 역)과 소프라노 캐서린 포스터(이졸데 역)가 자리해 공연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오는 12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바그너 예술의 정점이라 불리는 작품을 한국 관객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다. 국립오페라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025년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사랑과 죽음’이라는 보편적 키워드를 음악으로 승화시킨 바그너의 예술세계를 소개하는 무대를 함께 기획했다.

최 단장은 “이번 공연은 우리 공연 예술계가 바그너의 심오한 음악과 철학적 세계에 본격적으로 도전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다”며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바그너의 작품 중 고도의 집중력과 음악적 기술적 역량을 요구하는 대작이다. 서울시향과 오랜 경험을 가진 연출가의 합류는 이번 공연을 더욱 굳건하게 만드는 토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관객이 보다 깊은 예술적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보다 도전적이고, 세계적 수준의 레퍼토리를 끊임없이 탐구하겠다는 국립오페라단의 철학이 담겼다”고 역설했다.

정 대표도 “그동안 외부 출연이나 콘서트 오페라 정도 참여했을 뿐 서울시향 출범 이후 오페라 연주는 사실상 처음”이라며 “이번 공연이 국내 초연이고, 바그너의 대작에 도전하게 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서울시향의 쌓아온 역량과 성과를 집대성하는 무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오페라 역사에 주목할 만한 성과가 될 것”이라고 큰 기대를 표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현대음악의 시작에 결정적 영향을 준 바그너의 대표작이다. 독일 켈트 신화를 바탕으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공연 시간만 5시간이 소요되는 대작이다.


1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루비홀에서 열린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기자간담회에서 이졸데 역의 소프라노 캐서린 포스터(오른쪽 둘째)가 공연을 앞둔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국립오페라단
1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루비홀에서 열린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기자간담회에서 이졸데 역의 소프라노 캐서린 포스터(오른쪽 둘째)가 공연을 앞둔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국립오페라단



이번 공연은 바그너 예술의 정수를 구현하기 위해 세계적인 제작진이 뭉쳤다.

2023년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선보이며 유럽 전역에서 주목받은 스위스 출신 연출가 메르키는 작품 속 죽음이 사랑의 종말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의 자유’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해석했다.

그는 원작의 바다 위 항해를 ‘우주로의 여정’으로 표현했다. 거대한 우주선 형태로 그려진 무대와 그 중앙에 세워진 나선형 구조물은 바그너 특유의 이분법적 세계관과 함께 현실과 또 다른 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나흘간의 공연에서 주요 배역은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더블 캐스팅으로 무대에 오른다. 트리스탄 역은 바그너 음악에 정통한 테너 스켈톤과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 세계적인 소프라노 캐서린 포스터가 맡았다.

포스터는 조산사, 간호사로 근무하다 뒤늦게 성악에 입문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눈길을 끈다. 그는 “바그너 작품을 많이 했지만 여전히 어렵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에너지가 소비되기도 하고 재능도 필요하다”면서 “과거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을 했던 나의 모습을 보는 듯한 경험을 시켜주는 작품이 바로 ‘트리스탄과 이졸데’”라고 말했다.

또 다른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테너 브라이언 레지스터와 소프라노 엘리슈카 바이소바가 호흡을 맞춘다. 노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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