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경찰 수사관으로 약 20년간 복무하며 국가와 군의 기강을 세우고, 때로는 비극적인 사건의 한복판에서 죽음과 대면했다. 현재는 그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삶의 마지막 여정을 동행하는 장례지도사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군사경찰 수사관의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각종 사건·사고는 물론 끔찍했던 인명사고 현장을 마주하면서 자연스레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게 됐다. 그곳에서 만난 고인의 마지막 모습, 유가족의 비통함은 마음을 끊임없이 흔들었다. “인간의 삶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숙명처럼 다가왔다.
그 무렵 새로운 삶을 고민하게 됐고 ‘죽음을 이해함으로써 삶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매력을 느껴 군 복무 중에도 틈틈이 죽음학과 장례지도사 자격증 공부를 했다. 이어 남들보다 이른 시기에 군복을 벗고 장례지도사의 길로 들어섰다.
놀랍게도 20년간 군사경찰 수사관으로서 쌓은 경험은 장례지도사 역할에 엄청난 시너지를 가져다줬다. 사건 현장에서 갈고닦은 상황 판단력과 분석력, 미세한 단서도 놓치지 않는 예리함은 고인의 흔적을 존중하고 유가족의 복잡한 요청을 처리하는 데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수사관 시절, 자식의 죽음 앞에서 흔들리던 유가족을 만났던 경험은 유족들의 아픔에 더욱 깊이 공감하고 그들의 필요를 섬세하게 헤아리는 데 중요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 때로는 법률적·행정적 조언을 구하는 유족들에게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두 직업 모두 인간의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진실을 탐구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며 존엄성을 지키고자 한다는 공통된 철학을 갖고 있다.
군사경찰은 군대 내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 우리 아들딸들의 안전과 귀한 생명을 보호하고 부당한 피해를 막으며 정의를 구현하는 최후의 보루다. 인명사고 현장에서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진실을 밝히고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사건을 수사하며, 때론 희생자들의 명예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바로 군사경찰이다.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숭고한 희생이 있기에 우리 군이 존재하며 장병들이 안심하고 복무할 수 있다. 건강한 병영문화를 만들고 장병들의 인권을 보호하며, 궁극적으론 국가안보의 초석을 다지는 핵심적 역할을 군사경찰이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군사경찰이 더욱 전문성을 갖추고 독립적으로 역할을 이행하도록 군은 물론 사회 전체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이들이 군이란 특수한 조직 내에서 정의의 칼날을 들고 우리 모두의 생명과 존엄을 지켜 내는 숭고한 소명을 이어 갈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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