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육군17보병사단 백호대대의 상비예비군이다. 단기 상비예비군은 1년에 20일 정도 부대에 출근해 현역과 함께 훈련한다. 지난달에는 특별한 훈련에 참여했다. 미군과 함께 도시지역 전투훈련장에서 소부대전투 기술을 숙달하는 한미연합훈련이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현역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미군과 작전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현역일 때도 경험해보지 못한 훈련이어서 부담감도 느껴졌다.
그러나 훈련이 끝난 뒤 나는 미군과의 작전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과 상비예비군으로서 대한민국 전투력의 한 축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
이번 훈련에서는 한국군 분대와 미군 분대가 연합소대로 편성돼 작전을 수행했다. 나와 함께 분대로 편성된 현상원 일병은 대대에 전입해 온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신병이었는데, 마일즈 장비로 사망 신호가 울리자 “이번엔 제가 전술적으로 행동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음에 전사하지 않기 위해 미군과 선임들의 전술적 행동을 좀 더 유심히 살펴보고 배워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훈련에 임하는 장병들의 모습에 나도 정말 충실하게 훈련에 임했다.
미군의 전투 수행능력은 가히 세계 최고라고 불릴만 했다. 한 명 한 명이 지휘자 같은 모습이었다. 적을 발견하고 소탕하기까지 행동화 능력이 굉장히 숙련됐다는 느낌을 받았고, 특히 현장 전투원의 판단을 믿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군이라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훈련이 실제 전장을 경험하는 미군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전술행동으로 직접 익히며 자신감을 함양할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그랬다. 언어는 다르지만 전술토의와 통신도 원활하게 이뤄지는 모습을 보며 미군과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상비예비군으로서 자신감과 자긍심도 느낄 수 있었다. “One Team, One Mission, One Victory.” 현역 장병들은 나를 전역한 예비군이 아니라 함께 싸우는 전우로 대해주었고, 한 팀이 돼 임무를 수행했다. 나는 부대에 가끔 출근해 전투력 공백을 메우는 존재가 아니었다. 현역과 같은 엄연한 전투원이었다.
현재 상비예비군 제도는 확대 단계에 있다. 나처럼 현역 복무를 마치고 사회인으로 진출한 선·후배 예비역 전우들에게 이 제도를 널리 알리고 싶다. 전역의 이유는 모두 다르겠지만, 국가를 위한 마음으로 임관했던 처음 그 마음은 모두 같았으리라 생각한다. 멋진 사회인이 된 예비역 전우들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또 다른 강한 힘’이 돼 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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