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전쟁, 인간의 결정이 가장 강한 무기다

입력 2025. 11. 12   16:36
업데이트 2025. 11. 1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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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미군의 승리 설계도이자 전략적 사유 훈련서 
미 군사전략가의 지략…신기술 발전 속 9개 전쟁 변혁요인 제시 
육군 장교 3명 현장 경험·전문성 바탕 번역…원문 이해도 높여

 

넥스트 워 / 존 앤털 지음 / 진학근·이상호·최원석 옮김 / 플래닛미디어 펴냄
넥스트 워 / 존 앤털 지음 / 진학근·이상호·최원석 옮김 / 플래닛미디어 펴냄

 


철제 무기부터 전차, 항공기, 항공모함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과 무기의 등장은 전쟁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다. 인공지능(AI), 드론, 스타링크 등 새롭게 개발되는 기술이 전쟁 양상을 변화시킬 거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속도와 범위다. 최근 몇 년간 기술 발전과 전쟁 방식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광범위해 때론 두려울 지경이다.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미래전을 내다보는 상상력과 통찰력을 제공해 줄 신간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예비역 육군대령이면서 미래전, AI 전쟁 등을 연구해 온 군사전략가이자 미 육군기갑학교·웨스트포인트 교관으로 재직한 존 앤털의 『넥스트 워(Next War)』가 그것. 저자는 전쟁 방식을 바꾸는 9가지 전쟁 변혁요인과 다음 전쟁에 대비하는 세계 최강 미군의 승리 설계도를 보여 준다.

저자는 최근의 연구를 바탕으로 도출한 전쟁 변혁요인을 9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투명한 전투공간 △선제공격의 이점 △무인 공중공격 △AI와 가속화하는 전쟁 템포 △완전 자율무기로의 전환 △킬웹 △슈퍼 군집 △전투공간의 가시화 △결심 우위 등이 그것.

또 스타링크 활용, 미래 도시전투 준비, 대드론작전을 위한 경전술기 운용전략 같은 하이·로 믹스전략, 인간·로봇 하이브리드 부대, 지휘소 운영규칙, 전투충격 창출 등에 관한 식견도 제시한다. 미군이 다음 전쟁, 즉 넥스트 워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휘·설계·훈련·전투·지원 차원에서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두루 제시한다는 점에서 ‘미래전 교과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울러 “기술 진보가 인간의 통제를 넘어서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전쟁을 지휘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는 측면에서 ‘전략적 사유 훈련서’라고 볼 수도 있다.

 

 



저자는 기술이 아무리 진보해도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인간이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경고한다. 다음 전쟁의 승패는 무기 성능보다 그 무기를 사용하는 인간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군을 위해 이 책을 썼겠지만, 북한은 물론 강대국 중국·러시아에 둘러싸인 한반도 안보 현실에서 우리 군도 미래전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설계할 수 있는 유용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원문이 가진 긴박감·전문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한국 독자가 읽기 편하고 정확히 이해하도록 다듬어진 번역도 이 책의 장점. 합동참모본부 작전기획과에서 함께 근무했던 3명의 육군장교가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번역에 임했다.

공동 번역자 중 한 명인 이상호 대령은 “합참에서 연합작계 발전업무를 맡으면서 다영역 작전개념을 한반도 작계에 적용하는 것과 드론을 우리 군에서 활용하는 방안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누곤 했다. 이 책을 접한 뒤 우리 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느껴 번역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번역하면서 우리 군에서 아직 통용되지 않는 미군의 새로운 개념(용어)을 우리말로 옮기는 게 가장 어려웠다는 이 대령은 ‘마스킹(masking)’을 대표적 예로 들었다. “우리 군은 적의 관측으로부터 숨는다는 의미로 은폐·엄폐·차폐 등의 용어를 써 왔지만, 이들 표현은 대부분 ‘시각적 숨음’에 한정된 의미”라고 설명한 그는 “다양한 탐지센서로부터 부대와 전투력을 숨긴다는 뜻의 마스킹을 은폐·엄폐로 번역하면 정확한 뜻 전달이 힘들어 고민 끝에 조금 어색하지만 ‘마스킹’이란 단어를 그대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번역자로서 누구보다 이 책을 정독한 이 대령은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눈여겨봐 줬으면 하는 내용으로 2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AI, 드론 등 기술 발전이 전쟁 양상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바꿀 것이라는 점입니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은 인간이 무인체계를 조종해 전투에 활용하는 수준이라면 미래 무인 AI 무기체계는 음성이나 문자로 명령만 하면 무기체계가 자율적으로 싸우게 될 겁니다. 미래의 군대는 우리가 아는 군대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집단이 되는 만큼 작전개념이나 군조직, 운영 전반이 달라져야 합니다. 둘째는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 전투원의 훈련 수준과 리더십, 임무형 지휘 능력이 전쟁 승패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입니다. 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보완할 뿐 대체할 수 없습니다. 기술의 시대에도 인간 전투원은 끊임없는 훈련으로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맹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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