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력이며
존재만으로 전쟁을 멈추게 하는 힘
‘핵잠’은 보이지 않는 억제력의 상징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달 30일 한미 대통령이 나눈 ‘깐부의 악수’는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한국 대통령은 핵추진잠수함(핵잠) 건조의사를 밝혔고 미국 대통령은 이를 승인했다. 이는 한국군의 ‘바다 아래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연 신호탄이었다.
핵잠은 단순한 무기체계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억제력의 상징이며 침묵 속의 방패다. 디젤잠수함과 달리 핵잠은 수개월을 잠항하며 적의 탐지를 피해 작전할 수 있다. 그 존재 자체가 두려움이자 경고가 돼 상대의 전략적 계산을 흔들 수 있으며 도발 유혹을 억제한다. “침묵 속에 힘이 있다”는 말처럼 가장 강력한 힘을 바닷속 보이지 않는 곳에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북한과 주변국의 위협이 질적으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디젤잠수함만으로 대응한다는 건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일각에선 “한반도는 수역이 좁고 수심이 얕아 핵잠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안보 영역은 이미 한반도 연안을 넘어섰다.
핵잠은 한반도에서의 위협 억제는 물론 다양한 임무 수행까지 가능한 전략적 자산임을 인식해야 한다.
세계는 이미 보이지 않는 전력 시대로 들어섰다. 이번 정치적 결단이 우리 군을 ‘첨단 기술 강군의 시대’로 이끌 것이다. 미국 대통령의 승인도 단순한 허락이 아니라 한국의 전략적 신뢰와 가치를 인정한 결과다.
이러한 시점에 우리 군의 역할은 명확하다. 핵잠은 건조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작전개념, 기술·인력·인프라의 통합체계가 뒷받침돼야 비로소 전략적 가치가 구현될 수 있다.
합동참모본부와 해군은 지금부터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첫째, 핵잠을 단일 전력이 아닌 국가 전략자산으로 운용할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둘째, 원자로 관리·정비·안전운용 등 기술적·제도적 기반을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 셋째, 장기간 작전 수행에 필요한 지휘통제체계, 작전개념 및 절차 등을 미래 작전환경에 맞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지난 4일 개최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 기자회견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강조한 “비핵화는 흔들림 없는 약속”이란 원칙은 우리 군이 앞으로 핵잠을 운용하는 데 반드시 지켜야 할 군사적 기준이다. 즉, 핵추진은 추진력 문제일 뿐 핵무기 보유와는 명확히 분리돼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비핵화 원칙을 굳건히 지키면서도 실전적 운용 능력을 축적하는 것이 바로 우리 군이 준비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군의 역할은 단순한 전력 운용이 아니다. 국가의 억제의지와 기술주권을 완성하는 것이다. 한국형 핵잠이 그 상징적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이를 계기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자주국방’을 굳건히 할 때다.
깊은 바다의 침묵은 때로 가장 강력한 경고가 된다. 핵잠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력’이며 ‘존재만으로 전쟁을 멈추게 하는 힘’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 힘을 바다 아래서 길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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