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군대』를 읽고
군 생활은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이는 억압이 아니라 ‘성숙의 시간’이며
나를 단단하게 다지는 기회다
|
군대는 일반사회와 다른 특수성과 집단 규율이 강조되는 조직이다. 이러한 환경은 누구에게나 심리적 압박을 준다. 『어쩌다 군대』에 나오는 장병들은 사소한 규율에도 크게 흔들리고, 익숙지 않은 단체생활 속에서 고립감을 느끼기도 한다. 저자는 그것이 개인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군대라는 구조적 특성이 만들어 낸 자연스러운 반응임을 강조한다.
나 역시 처음 입대했을 때는 모든 게 서툴고 어려웠다. 생활관에 처음 들어섰을 때 낯선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모습은 마치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특히 첫 저녁점호 시간, 낯선 구호와 경례법에 혹시 작은 실수라도 할까 봐 온몸이 긴장으로 굳어진 경험은 아직도 선명하다.
책 속의 한 장병이 ‘아무도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고립감을 호소하는 장면은 과거의 나와 닮아 있었다. 그때는 선임이나 동기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용기가 없어 ‘괜찮다’고만 했다. 결국 마음속으로 불안감만 키워 갔는데, 저자가 말했듯 이는 결코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심리적 혼란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전우들과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같은 생활관 동기들과 밤에 나누는 대화는 불안을 덜어 주는 원동력이 됐다. 내 말에 공감해 주고, 곁에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안도감을 느꼈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순간, 우리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전우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 안에서 ‘전우애’가 싹튼다.
저자가 장병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하고 그들을 안심시키는 장면을 보면서 전우들과 나눴던 대화의 힘을 떠올렸다. 전우들과 마음을 터놓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야말로 가장 큰 치유임을 알게 됐다. 그것은 그 자체로 성숙해지는 과정이기도 했다. 최근 한 후임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때 그에게 “나도 그랬다”는 한마디를 건넸다. 그 순간 후임의 표정이 편안해지는 것을 보며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체감했다.
군 생활은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는 수많은 불안과 갈등을 겪으며 성장한다. 책에서 이는 억압이 아니라 ‘성숙의 시간’이며, 나를 단단하게 다지는 기회라고 언급한다. 앞으로도 불안을 두려워하기보다 인정하고 수용하며, 전우들과 함께 극복하는 자세로 남은 군 생활을 이어가고자 한다. 전역 후에도 타인의 아픔과 어려움에 공감할 줄 아는 성숙한 시민으로 살아가고 싶다. 가을이 우리에게 성찰을 선물하듯이 남은 군 생활 또한 우리의 인생에 값진 성숙을 남길 것이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