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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일반인에게는 빼빼로데이로 기억되는 날이다. 하지만 해군에게 이날은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80년 전 우리 군이 처음으로 바다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해군을 창설한 날이어서다.
해군 창설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 있다. 해군의 아버지이자 초대 참모총장인 손원일 제독이다. 손 제독은 1945년 광복 이후 ‘이 나라 해양과 국토를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해군의 모체인 해방병단을 창설했다.
창설 당시 해군은 함정을 도입하기에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손 제독은 1949년 모금운동을 벌여 12만 달러를 마련했고, 백두산함을 비롯한 4척의 전투함(PC)을 미국으로부터 사들였다. 이 백두산함은 6·25전쟁에서 큰 활약을 하게 된다.
1950년 6·25전쟁 발발 이후 북한군은 무장 수송함을 이끌고 부산을 침투하려 했다. 명령을 받고 출동한 백두산함은 적선을 격퇴했고 북한군의 부산 상륙을 막았다. 이 전투는 대한민국 해군 창설 후 첫 승리이자 6·25전쟁 최초의 승리로 기록됐다.
해군은 백두산함을 도입하는 등 해군 발전에 크게 기여한 손 제독을 기억하고자 2006년 우리 영해를 지킬 1800톤급 잠수함을 손원일함으로 명명했다.
해군 창설 80주년을 엿새 앞둔 지난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대한민국 해군 호국음악회가 열렸다. 아이돌그룹 ‘NCT’ 멤버인 이태용 병장, 네이비싱어즈를 비롯해 150여 명의 출연진은 음악회를 찾은 관객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공연 막바지 해군 창설 8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순수 창작 칸타타 ‘대한의 바다’는 큰 여운을 안겼다. 해군은 이 무대를 통해 손 제독이 백두산함을 처음 도입하기까지의 힘들었던 과정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선보였다.
80년 전만 해도 우리 기술로 함정을 건조할 수 없었던 대한민국은 이제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을 계획하는 해양강국으로 거듭났다. 우리 정부는 2003년부터 비닉사업으로 핵잠 건조를 준비해 왔지만, 원료 수급과 미국 등 주변국의 반대로 번번히 좌초됐다.
창설 80주년인 올해 해군의 염원이 하늘에 닿았던 걸까. 지난달 29일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핵잠 건조를 언급했다.
공개 자리에선 확답하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튿날 SNS 트루스소셜에서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발표였다.
정부가 핵잠 건조를 추진했던 배경에는 북한군 방어 등 자주국방을 위해 꼭 필요한 전략자산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핵잠은 현재 우리가 보유 중인 디젤잠수함에 비해 잠항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수면에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는 디젤잠수함과 달리 핵반응을 동력으로 사용해 수면에 올라올 필요가 없다. 사실상 무제한 잠항 능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적들에게 위치가 발각될 가능성이 작다.
전문가들은 핵잠을 만드는 데 10여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이 핵잠 건조를 지원한다면 시간은 더 단축될 수 있다. 이 경우 2030년 중후반엔 세계에서 8번째로 핵잠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앞으로 10년 뒤인 해군 창설 90주년에는 대한민국이 핵잠 보유국이란 타이틀을 획득하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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